같은 높이 의자 내준 아베… 저팬 패싱 우려에 ‘특사 모시기’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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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미 비핵화 외교전]각국 정상 ‘자리 배치’의 외교학


 
13일 일본 도쿄 총리공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서훈 국가정보원장의 회동에 앞서 관심사 중 하나는 아베 총리가 서 원장에게 어떤 의자를 내줄지였다.

아베 총리는 만나는 인사에 따라 의자의 급을 달리해 자주 논란의 중심에 섰다. 최근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 강경화 외교부 장관 등이 ‘자리 굴욕’의 피해자가 됐다. 당시 아베 총리는 자신은 금색 꽃무늬가 들어간 높은 의자에 앉고 상대방에겐 낮은 의자를 내줘 ‘외교 결례’ 논란을 일으켰다.

이날 아베 총리는 서 원장에겐 자신과 같은 높이의 꽃무늬 의자를 내줬다. 정부 당국자는 “남북,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의전 격(格)을 높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저팬 패싱’ 우려가 나오면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의중 등 북한 정보가 필요한 일본이 서 원장을 ‘모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8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면담을 가진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을 사실상 정상급으로 대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집무실인 오벌오피스에서 벽난로를 배경으로 정 실장을 자신의 오른쪽에 앉혀 면담을 했다. 미국 대통령의 노변정담(爐邊情談·Fireside chats)의 배경이 되는 벽난로를 사이에 둔 자리 배치는 해외 정상들과의 회담에서 주로 연출되는 장면이다. 지난해 6월 백악관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도 같은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다.

반면 이번 ‘양회(兩會)’를 통해 장기 집권을 굳힌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면담 자리 배치는 사뭇 달랐다. 시 주석은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가진 면담에서 자신은 테이블 중앙 상석에 앉은 채 정 실장을 옆줄에 앉혀 고의로 하대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 실장의 정면에는 정 실장의 중국 카운터파트인 양제츠 외교담당 국무위원이 앉았다. 외교 소식통은 “시 주석이 남북 대화 국면에서 중국이 끌려가는 입장이 아니란 걸 보여주고 싶었던 것 아니냐”고 했다.

방북 과정에서 드러난 김정은식 의전도 눈길을 끌었다. 김정은은 5일 대북특사단을 노동당 본관 로비까지 나와 맞이했다. 면담과 만찬을 합쳐 4시간 넘게 대북 특사를 만난 김정은은 만찬에서 바로 왼쪽에 정 실장, 우측에는 부인인 리설주를 앉혔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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