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오랜 헌신이 고통으로… 가족 간병 사회의 비극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2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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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병 살인/마이니치신문 ‘간병 살인’/취재반 지음·남궁가윤 옮김/252쪽·1만4000원·시그마북스

50여 년을 함께 살아온 치매 아내를 살해한 남편, 선천성 뇌성마비로 태어난 아이를 44년간 돌보다가 살해한 어머니, 중증 질환으로 10여 년을 병상에 있던 어머니를 돌보다 동반자살을 기도한 딸….

오랫동안 헌신적으로 가족을 간병해온 이들이 어쩌다 살인범이 됐을까?

간병을 둘러싼 비극적인 사건에 대해 일본 마이니치신문이 심층 취재해 2015년부터 2016년 6월까지 연재한 기획시리즈 ‘간병 살인’을 보완해 펴낸 책이다. 한순간에 사랑하는 가족을 살해한 이와 그들을 가까이에서 지켜본 지인들의 증언을 통해 간병 생활의 어려움과 한계를 지적했다.

가족을 간병하게 된 사람들은 처음에는 자신이 건강하기 때문에 간병 생활을 얼마든지 잘 해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심신이 피폐해지고 사회에서도 점차 고립된다. 환자 상태가 심각할수록 곁에서 돌봐야 하는 이의 역할이 커져 결국 직장을 그만두게 된다. 경제적인 어려움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서서히 한계에 몰리면서 비극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

간병을 둘러싼 일본의 현실이 적나라하게 펼쳐진다. 하지만 남의 나라 얘기로만 치부할 수는 없다. 한국도 일본과 마찬가지로 빠른 속도로 고령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도 부모나 배우자 등 가족을 간병하는 사람이 적지 않고, 간병에 지쳐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건도 종종 보도되고 있다. 간병을 둘러싼 개인과 사회, 국가의 역할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송진흡 기자 jinhup@donga.com
#간병 살인#마이니치신문#남궁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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