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애들은 맞으면서 큰다? 한국 가족주의 부작용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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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정상가족/김희경 지음/284쪽·1만5000원·동아시아

저자는 가족이란 이름으로 포장되는 폭력을 고발하며 ‘사랑의 매’에 대한 신뢰는 체벌의 악영향 중 하나라고 설명한다. 동아시아 제공
저자는 가족이란 이름으로 포장되는 폭력을 고발하며 ‘사랑의 매’에 대한 신뢰는 체벌의 악영향 중 하나라고 설명한다. 동아시아 제공
2015년 인천 아동학대 사건 피해자인 열한 살 소녀는 경찰에 발견되기 전에도 여러 번 탈출을 감행했지만 거리에서 소녀를 발견한 어른들은 몇 번이고 다시 집에 데려다줬다고 한다.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으로 집에 돌아간 소녀는 공포에 떨며 보호자를 다시 마주해야 했다. 가족이라는 체제와 훈육, 체벌에 대한 우리 사회의 그릇된 신뢰와 믿음, 그리고 그 한계를 잘 보여주는 일화다.

이 책은 어린아이에게 가족이란 정말 보호받을 수 있는 울타리인지, 정상 가족과 비정상 가족을 규정하는 것은 무엇인지 질문하고 한국의 특수한 가족주의의 부작용을 해결하기 위한 대안까지 제시한다. 전직 기자이자 비영리단체에서 아동인권보호 활동을 벌여온 저자가 현장에서 직접 목격한 현실을 소개해 설득력이 높다.

저자에 따르면 소위 ‘문제가 있다’고 여겨지는 저소득, 계부모 등의 가정에서만 학대가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옛날부터 내려오던 가문 경쟁 구도와 열악한 사회보장제도 등의 이유로 우리 사회엔 비정상적인 ‘정상 가족주의’ 판타지가 팽배해 있다.

특히 “‘가족 동반자살’이란 ‘부모의 자녀 살해 후 부모 자살’이다”라는 저자의 주장이 흥미롭다. 부모와 자녀의 동반자살이란 애초에 불가능하며, 그 기저엔 가족 내 힘의 위계에 따라 약자의 생명도 강자의 소유물이라는 전제가 깔렸다.

이상적인 가족에 대한 열망은 혈통주의에 기초한 내집단 의식을 지나치게 견고하도록 만들고, 나아가 외집단에 해당하는 아이들을 비정상이라며 차별하기에 이른다. 출산은 결혼을 동반한다는 생각이 강한 탓에 미혼모의 아이는 해외로 입양되며, 다문화가정의 자녀들은 교육 및 복지 혜택을 못 받는다.

저자는 훈육의 대상이 아닌 권리를 가진 주체로 아이를 대하는 최소한의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국내의 경우 체벌을 금지하는 ‘초중등교육법’이나 ‘아동복지법’이 발의되고 개정돼 왔지만 여전히 친족 징계권을 보장하는 민법 조항이 남아 있다. ‘그래도 체벌은 필요하지 않을까’ 반문하는 이들에게는 ‘폭력 없는 다른 방식을 고민해보자’고 꾸준하게 설득한다.

조윤경 기자 yunique@donga.com
#이상한 정상가족#김희경#한국 가족#아동학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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