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위내시경 3분이상 봐야 癌 잘 찾는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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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성모병원, 세계 최초로 검사시간-암 발견율 비교 연구
의사 실력 못지않게 검사시간 중요
평균 3분 미만 검사한 의사는 123건, 3분 이상인 의사는 139건 찾아
1시간에 6명 봐야 3분 확인 가능
일부선 시간당 20명 검사하기도 “가이드라인 만들고 정보공개해야”

김모 씨(43)는 지난해 말 서울 A 병원 건강검진센터에서 위 내시경 검사를 받았다. 김 씨는 위 내시경을 입안에 넣는 고통보다는 위 검사를 하는 데 걸린 짧은 시간에 깜짝 놀랐다. 위를 보는 시간이 1분여에 그쳤기 때문이다. 그는 “그렇게 짧은 시간에 뭘 제대로 찾을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건강검진 필수항목 중 하나인 ‘위 내시경’을 3분 이상(위만 정밀하게 관찰하는 시간) 시행해야 암 발견율이 높다는 국내 연구결과가 처음 나왔다. 흔히 건강검진 위 내시경 검사는 시행하는 의사 실력에 달려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검사 시간이 이에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내용이다. 검사 시간과 암 발생을 비교한 연구는 세계적으로도 처음이어서 소화기 분야 최고 권위 국제학술지 개스트로엔터롤로지(Gastroenterology) 최근호에 게재됐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최명규 박재명 교수팀은 2009년 1월∼2015년 12월까지 7년 동안 서울성모병원 검진센터에서 내시경 검사를 받은 11만1962명의 검사 과정을 분석했다. 이들을 담당한 의사의 내시경 검사시간과 식도, 위, 십이지장 등 상부위장관 암 발견율에 상관관계가 있는지 파악했다.


이 기간 동안 위 내시경 검사를 시행한 소화기내과 의사는 14명으로 평균 5000건 이상 검사 경험이 있는 실력파들. 또 환자 중 위장관 암을 일으킬 만한 흡연이나 비만 가족력 등이 있는 사람은 조사 대상에서 제외했다. 즉 실력이 비슷한 의사가 위 건강 상태가 비슷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오직 위 내시경 검사 시간만 놓고 그 부위 암 발견 여부를 알아본 것.

그 결과 검사자들의 평균 검사 시간은 암 발견율과 상관관계가 있었다. 느린 위 내시경 검사 의사(3분 이상)가 빠른 위 내시경 검사 의사(3분 미만)보다 암을 발견하는 비율이 높았던 것.

위 내시경 검사 의사들 중 가장 빠른 검사 시간은 평균 1분 53초, 가장 느리게 본 경우는 평균 3분 40초였다. 전체 암 발견 262건 중 3분 이상 천천히 위 내시경 검사를 한 경우는 139건으로 3분 미만의 검사로 발견한 123건보다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많았다.

이처럼 위만 정밀하게 3분 이상 보려면 준비 과정을 포함하면 한 시간에 환자 6명 정도만 검사할 수 있다. 국내에선 위 내시경 수가(5만7343원)가 미국의 20분의 1로 저렴하고 국가 암 검진에 포함되다 보니 연간 330만 명 이상이 위내시경 검사를 받고 있다. 밀려드는 환자들 때문에 한 시간에 20명을 검사하는 병원까지 있다는 것이 최 교수의 설명이다.

최 교수는 “이처럼 국가 암 검진 사업으로 대규모로 시행되는 위 내시경 검사에서 적절하고 객관적인 검사의 질 관리 기준이 아직 없다”고 말했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위 내시경 검사 시간의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환자에게도 검사 시간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김윤종 기자
#암#건강검진센터#위 내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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