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슬지 않는 철 ‘포스맥’… 포스코의 ‘제2 기가스틸’ 주목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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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제철소 생산현장 가보니

경남 창녕군 봉산저수지에 설치된 수상 태양광발전소. 오른쪽에 있는 태양광 패널을 지탱하는 프레임에 쓰인 것이 포스맥이다. 포스코 제공
경남 창녕군 봉산저수지에 설치된 수상 태양광발전소. 오른쪽에 있는 태양광 패널을 지탱하는 프레임에 쓰인 것이 포스맥이다. 포스코 제공
11일 찾은 경남 창녕군 봉산저수지. 여느 저수지와 달리 태양광발전소 패널이 눈에 들어왔다. 지난해 12월 세워진 수상 태양광발전소다. 현재 시간당 최대 500kW의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 수상 태양광발전소 같은 친환경 에너지 시설은 시설 자체도 친환경적이어야 한다는 요구를 받는다. 즉 설비 교체를 최소화해 환경오염이 적어야 하는 것이다. 태양광발전소에서 패널 이외에 핵심 설비는 패널을 지탱하는 프레임이다. 저수지에 떠있는 태양광발전소 프레임은 항상 물에 닿아 있기 때문에 부식 가능성이 높고, 그만큼 설비 교체 주기가 짧다. 그런데 이 발전소에 적용된 프레임은 기존 강판에 비해 최대 10배까지 수명이 길다. 철강 유통업계에서는 설비 교체가 사실상 필요 없어졌다고 보고 있다.

포스코가 개발한 ‘포스맥’(PosMAC·POSCO Magnesium Aluminium alloy Coating product) 덕분이다. 아연에 마그네슘과 알루미늄을 혼합한 도금강판으로 기존에 많이 쓰이던 아연도금강판에 비해 부식을 견디는 정도가 5∼10배로 강해졌다. 봉산저수지 태양광발전소를 설치한 업체인 스코트라 이종목 사장은 “반영구적으로 사용 가능한 포스맥은 태양광발전소 시공을 위한 최적의 소재”라고 말했다.

같은 날 찾은 포항제철소 냉연부 도금공장에서는 포스맥 생산이 한창이었다. 넓고 얇게 편 강판이 아연 마그네슘 알루미늄을 녹인 용액이 담긴 대형 저장고를 통과하면 녹색 빛을 띠는 판으로 바뀌었다. 공장 관제실에서는 도금돼 나오는 강판에 이물질이 섞이거나 흠집이 나지 않았는지 컴퓨터가 실시간으로 검사했다.

포스코가 포스맥을 개발한 건 2013년이다. 아연도금강판은 물론이고 글로벌 철강사들이 포스코보다 앞서 내놓은 합금도금강판보다 내식성(耐蝕性)이 뛰어나다는 게 포스코 측 설명이다. 박수원 포항제철소 냉연부 도금공장장은 “강판에서 가장 많은 부식이 발생하는 부분이 절단면인데, 포스맥은 경쟁 제품보다 절단면의 내식성이 우수하다”고 말했다. 강판이 잘린 부분에 아연산화물과 마그네슘 산화물이 형성되며 부식을 막는다. 포스코는 이 산화물의 생성량을 늘리고 조직을 더 촘촘히 하는 마그네슘과 알루미늄의 혼합 비율을 고안했고 특허를 받았다.

포스코는 올해 포스맥 판매량을 20만 t 정도로 예상한다. 포스코의 연간 전체 철강 제품 생산량 3600만 t(2016년 기준)에 비하면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눈여겨볼 점은 판매 증가폭이다. 지난해 판매량은 12만 t으로 2015년 6만 t의 2배로 늘었다. 올해도 판매량이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건 태양광발전소 같은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수요가 커졌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0%까지 높이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태양광발전소 풍력발전소 등의 건설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 수상 태양광발전소뿐만 아니라 육상 태양광 및 풍력발전소도 외부에 항상 노출되므로 부식에 잘 견디는 강판 소재가 필요하다.

포스맥은 신재생에너지 발전 설비 말고도 야외 건축물에 쓰임새가 많다. 평창 겨울올림픽 방송센터와 2022년 월드컵이 열리는 카타르 경기장 건설에도 포스맥이 쓰였다. 박 공장장은 “눈이 많이 오는 강원도와 모래바람이 심한 카타르에 짓는 건물인 만큼 내식성이 뛰어난 소재가 쓰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바람이 심한 제주도에 세운 조형물과 인천 영종도에 조성되는 복합리조트 파라다이스시티에도 포스맥이 사용됐다.

포스코는 자동차 강판에도 포스맥이 쓰일 것으로 기대한다. 자동차 강판은 포스코 전체 철강재 생산량의 25% 정도를 차지한다. 자동차 강판에 포스맥이 사용된다면 그만큼 생산량은 확대될 수 있다. 가능성은 충분하다. 전기자동차로 대표되는 친환경차 시장이 커지면서 제조 공정과 자동차 소재도 친환경으로 바꾸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포스맥은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강조하는 ‘월드프리미엄’ 제품의 차세대 아이템이다. 올해 크게 주목받은 기가스틸을 잇는 ‘제2의 기가스틸’로 불리기도 한다. 월드프리미엄 제품은 그 기술력 덕분에 통상 이슈 등 외풍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포스코는 지난달 인도의 태양광 발전 구조물 제조사 4곳과 포스맥 공급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이달 12일에는 영국 냉연·도금 전문 조관회사인 톱튜브스에도 공급하기로 했다.

포항·창녕=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포스맥#철#기가스틸#포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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