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고베제강 합금도 불량… 품질조작 알고도 4개월간 숨겨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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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품 납품 파문, 국제 문제로 비화

일본 3위 철강업체인 고베제강의 품질 조작 파문이 확대되고 있다. 회사 측은 알루미늄, 구리 외에도 철분(鐵粉·철가루), 합금 제품에서도 품질 조작을 인정했으며 “그 밖에도 국내외의 의심스러운 사안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자동차 회사 제너럴모터스(GM), 포드 등이 자체 조사에 나서면서 국제적 문제로도 비화하고 있다.

가와사키 히로야(川崎博也) 고베제강 회장은 12일 오전 일본 도쿄(東京) 경제산업성에서 기자들과 만나 “고베제강의 신뢰도가 제로로 떨어졌다”며 고개를 숙였다. 또 “국내와 해외에서 의심스러운 사안이 있어 조사 중”며 사안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했다.

고베제강은 전날 밤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합금과 철분에서도 품질 조작이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합금의 경우 DVD 등의 기판에 박막을 형성할 때 사용하는 금속 재 료가 문제가 됐다. 자회사인 코벨코과연의 효고(兵庫)현 다카사고(高砂) 공장에서 2011년 11월부터 제조한 제품을 검사를 하지 않은 채 출하하거나 기준에 맞는 것처럼 조작해 납품했다. 품질 조작 제품은 70개사에 6611개가 납품된 것으로 드러났다. 아사히신문은 “합금의 품질 조작을 6월에 밝혀내고도 4개월 동안 공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철분은 고베제강의 다카사고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이 품질 미달임에도 기준에 맞는 것처럼 조작해 지난해 1개사에 140t가량을 납품했다. 철분은 복잡한 형상의 부품을 제조할 수 있어 자동차 업계에서 널리 쓰인다.

한편 11일(현지 시간) 미국 최대 자동차 기업 GM은 “고베제강에서 납품한 알루미늄과 구리 제품에 대해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발표했다. 역시 고베제강 제품을 쓰고 있는 포드도 자체 조사에 착수했다. 미국 항공사 보잉도 787기 날개 부위를 공급하는 스바루가 품질 조작된 고베제강 제품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포괄적 검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히타치제작소가 영국에 납품한 고속철에도 품질 조작 제품이 쓰였지만 검사에는 합격했다고 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날 “미국은 징벌적 배상제도가 있어 소송을 당하면 거액을 물어야 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11일자 1면 톱으로 고베제강 소식을 전하며 “일본의 이미지에 타격을 입혔다”고 보도했다.

한편 철도회사인 JR도카이와 JR니시니혼은 전날 신칸센 차대 부분에 사용한 고베제강의 알루미늄 부품 중 426개의 강도가 약속한 일본공업규격(JIS)을 밑돌았다고 발표했다. 또 매년 하는 정기검사에 맞춰 최대한 빨리 부품을 교체하겠다고 밝혔다.

아사히신문은 고베제강에서 품질이나 자료 조작이 적발된 것은 2006년 이후 이번이 네 번째라고 전했다. 2006년에는 제철소 2곳에서 최대 30년 동안 기준을 넘는 대기오염 물질을 배출하면서도 자치단체에는 조작된 데이터를 제출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2008년과 2016년에는 제품의 강도 검사를 하지 않거나 검사 결과를 조작해 납품한 것으로 밝혀졌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고베제강 내부에서 조작이 횡행하는 배경으로 사업 다각화에 따른 지나친 칸막이화를 꼽았다. 1905년 창립된 고베제강은 일찌감치 사업 다각화를 통해 철강, 알루미늄, 기계, 용접, 전력 등 7개 부문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가와사키 회장이 “철강과 알루미늄 사업을 동시에 하는 세계 유일의 기업”이라고 자랑했을 정도다. 영역별 전문성은 높은 반면 연계성은 낮아 경영진의 관리가 어렵고, 전문직들이 평생 함께 일하면서 부정이 싹트기 쉬운 구조라는 것이다.

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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