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한국토지주택공사, 공인중개사 통해 5조 원대 땅 장사 ‘논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12일 17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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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경기 고양시 원흥지구에 조성했던 택지 한 곳을 지난 연말 개인 사업자에게 120여억 원에 매각했다. 당초 이 땅은 공공주택인 보금자리주택 용지로 2009년 약 34억 원에 매입됐다. 하지만 7년 만에 취득원가의 약 3배에 이르는 차익을 남기며 민간에 되팔리게 된 셈이다.

LH가 임대주택 등을 짓기 위해 매입·조성했던 땅 5조5000억 원 어치를 공인중개사 등을 통해 개인에게 되팔아온 것으로 확인됐다. 법이 보장한 토지수용권을 행사해 감정평가액 수준으로 싸게 사들인 공공택지를 원래 목적대로 활용하지 않고 다시 팔아서 큰 시세차익을 얻은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12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전현희 의원이 LH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LH는 2010년부터 올해 8월까지 전국의 땅 7500여 필지를 총 5조5400여 억 원에 공인중개사 등을 통해 민간에 팔아 왔다. 이들 토지는 공공주택, 산업단지, 공공시설 등을 세우기 위해 LH가 수용해 택지로 조성한 곳들이다.

LH 소유 토지가 민간에 매각되는 경우에는 공인중개사 등이 아닌 LH가 운영하는 토지청약시스템에서 경쟁입찰을 통해 낙찰자를 선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LH는 이들 토지가 장기간 매각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공인중개사 등 개인에게 알선을 맡겨 땅을 팔았다.

LH는 이 같은 방식으로 취득원가 대비 2배 정도의 이익을 남긴 것으로 집계됐다. 조성원가 공개대상 토지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총 1조2000억 원에 매입된 뒤 3조 원에 되팔았다. 시세보다 낮은 감정평가액 수준으로 토지를 수용한 뒤 시세대로 매각해 이만큼의 차익을 남길 수 있었다는 게 부동산 업계의 설명이다. 이 과정에서 공인중개소 등에 지급된 수수료만 331억 원에 달했다.

이에 대해 LH는 “이 같은 토지 판매는 부채 감축을 위한 불가피한 방식이었다”고 해명해 왔다. 하지만 부동산시장 일각에서는 공공기관인 LH가 공공 목적과 무관하게 ‘땅 장사’를 했다는 지적마저 나온다. 전현희 의원은 “LH가 시장상황을 제대로 예상하지 못하고 무분별하게 땅을 수용한 결과 불필요한 방법을 동원해 땅을 매각하는 지경이 됐다”며 “향후 택지 조성 및 기존 택지 매각 과정에서는 면밀한 시장 예측과 정책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천호성기자 thous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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