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800만달러 대북지원 연내 집행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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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 시기-방식은 남북 상황 고려

문재인 정부가 21일 800만 달러(약 91억 원) 규모의 첫 대북 인도적 지원 방침을 최종 결정했다. 국제기구를 통한 한국 정부의 대북 지원은 2015년 12월 유엔인구기금(UNFPA)의 ‘북 인구 및 건강 조사’에 80만 달러를 지원한 이후 1년 9개월 만이다. 지원 시기와 지급 방식은 남북관계 상황 등 전반적인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되 ‘인도적 시급성’에 따라 연내 집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이날 조명균 통일부 장관 주재로 제286차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를 열고 세계식량계획(WFP)의 아동·임산부 영양 강화 사업에 450만 달러, 유니세프의 아동·임산부 대상 백신 및 필수의약품 등 지원 사업에 350만 달러를 공여하는 방안을 심의 의결했다.

구체적인 지원 시기와 지급 규모 및 방식은 별도의 회의 없이 통일부 장관이 결정할 계획이다. 다만 통일부는 “늦어도 올해 안에는 800만 달러를 모두 국제기구에 공여할 것”이라는 내부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지원 결정이 나면 한두 달 내로 지원이 이뤄졌으며 대부분 일괄 지급됐다”는 게 정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예외적으로 2015년 UNFPA에 지원할 당시 1월에 ‘130만 달러를 지원한다’고 결정한 뒤 같은 해 12월에 일부인 80만 달러만 지원된 경우는 있지만 ‘2015∼2016년 다년에 걸쳐 지원한다’는 세부계획이 결정됐기 때문에 이번과는 달랐다.   

▼ 美-日 우려에 지원시점은 못박지 않아 ▼

하지만 당장 지원 시기와 규모를 못 박지 않은 것은 북한의 핵 폭주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지원 결정을 놓고 국내외 여론이 악화되고 있는 것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북핵 공조를 이루고 있는 미국과 일본의 반응이 썩 좋지 않다는 점을 고려한 듯하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15일 문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직접 대북 인도 지원 시점에 문제를 제기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국제사회의 북한 문제 대응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한국 측에 신중한 대응을 요청하고 싶다”며 “북한에 대한 압력을 저해할 수 있는 행동은 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미 국무부는 미국의 소리(VOA)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대북 인도적 지원 결정에 대해서는) 한국 정부에 문의하라”며 우회적으로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정부 안팎에선 ‘남북관계 등 전반적인 여건을 고려해 지급 시기와 규모를 정하겠다’는 조건을 새로 추가한 것을 놓고서도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정부가 당초 “북한 취약계층의 상황이 시급하다”고 지원 방침을 밝혔다가 여론이 악화되자 남북관계 상황을 조건으로 지원 시기와 규모를 조절할 수 있다고 슬쩍 입장을 바꾼 것 아니냐는 것이다.

한편 문재인 정부는 이날 800만 달러 지원 결정과는 별개로 UNFPA의 올해 북한 인구 총조사에 600만 달러(약 67억9000만 원)를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 역시 지원이 결정되면 올해 국제기구를 통한 대북 지원은 총 1400만 달러(약 158억5000만 원)로 2009년 이후 가장 많게 된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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