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등에 업고 세력화하는 백인 우월주의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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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소규모로 움직이며 신원 숨겨… WSJ “SNS 발달과 트럼프 대응이
새 우파 극단주의 탄생 부추겨” 부시 “모든 종류의 증오 거부해야”
기업 CEO들 자문위 줄사퇴에 트럼프“위원회 활동중단”선언 논란

지난 주말 미국 버지니아주 샬러츠빌에서 일어난 백인 우월주의 시위대의 유혈 폭력사태는 미국 내 극우세력의 전환점이 될 만하다. 과거 극우파들은 각자 지역과 집단에 소속된 채 소규모로 움직이고 신원을 감췄지만, 이번 사건에선 ‘연합’을 통해 세를 과시하고 얼굴을 드러낸 채 폭력을 서슴지 않았기 때문이다.

16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의 극우세력이 점차 조직화, 대형화되고 있음을 암시하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매체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발달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등장이 이처럼 ‘새로운 우파 극단주의’의 탄생을 부추겼다고 보도했다.

백인 우월주의 세력들은 과거 미국 사회가 어려움에 빠질 때마다 존재감을 드러냈다. 1910∼20년엔 큐클럭스클랜(KKK)이, 대공황 땐 네오나치가 세를 키웠다. 하지만 이들은 서로 추구하는 이념이 달라 서로에게 배타적인 성향을 보이며 교류하지 않았다. 이번 샬러츠빌 사태에서 이들이 연합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WSJ는 트럼프 대통령의 외국인과 무슬림을 향한 거친 발언이 극우세력의 연합과 성장을 자극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극우파들은 트럼프 대통령을 자신들의 ‘확성기’로 간주하고 있으며, 대중에게 얼굴을 보이며 세를 과시할 정도로 자신감을 얻고 있다는 것이다.

전 연방수사국(FBI) 요원인 마이클 저먼은 “(새로운 극우연합은) 단지 미국에 생각을 알리는 것뿐 아니라 정책에 영향을 미치려 한다”고 말했다.

이들 백인 우월주의 세력들은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공동의 메시지를 확인하고, 장소와 시간을 정해 결집하고 있다. 기술의 발달이 이들의 단합을 촉진한 것이라고 WSJ는 분석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샬러츠빌 사태에 강하게 대응하지 않는 데 실망한 미국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의 대통령 자문위원회 탈퇴가 이어지자 아예 관련 활동들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하는 등 논란을 키우고 있다. 그는 16일 트위터를 통해 “제조업자문위원단(AMC)과 전략정책포럼(SPF)의 기업인들에게 압력을 주느니, 두 활동 모두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백인 우월주의에 대해 오락가락하는 반응을 내놓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공화당 내 불만도 커져 가고 있다. 폴 라이언 하원의장은 15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백인 우월주의는 역겹고, 편협성은 이 나라의 상징(자유와 민주주의 등)과 반대된다. 도덕적 모호성이 있을 수 없다”고 밝혔다.

공화당 원로인 조지 부시 전 대통령(아버지)과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미국은 항상 인종 편견, 반유대주의, 모든 종류의 증오를 거부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미국 3대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의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는 주장을 언급하며 “우리는 이 나라의 품위와 위대함을 계속 봐 왔기 때문에 이런 진실이 영원할 것이라는 점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수연 sykim@donga.com·이세형 기자
#미국#혐오정치#인종차별#백인우월주의#유혈사태#버지니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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