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前대통령, 삼성동 사저 67억에 팔고 내곡동에 28억 새집 마련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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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 1층-지상 2층 대지면적 406㎡
헌재 탄핵선고 3일 뒤에 매입… MB 사저 지으려던 땅서 390m 거리
삼성동 사저 구입자는 홍성열 회장 “부담됐지만 싸게 나와서 샀다… 朴 前대통령 가족과 인연 없어”
2015년엔 전두환 장남 소유… 연천 ‘허브빌리지’ 118억에 매입

3월 9일자 A2면.
3월 9일자 A2면.

박근혜 전 대통령이 서울 강남구 삼성동 자택을 팔고 서초구 내곡동에 새집을 마련했다. 박 전 대통령은 1990년부터 2013년 2월 25일 대통령에 취임해 청와대에 들어갈 때까지 약 23년간 이곳에 살았다. 또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으로 청와대에서 나온 3월 12일부터 같은 달 31일 서울구치소에 구속 수감될 때까지 삼성동 자택에 머물렀다.

박 전 대통령 측은 늦어도 다음 주말까지 이사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21일 밤 삼성동 자택을 지키던 경호원들이 내곡동 집으로 이동해 이사 준비를 했다. 앞서 19일경 박 전 대통령이 아끼는 피아노 한 대가 가장 먼저 내곡동 집에 들어갔다.

박 전 대통령은 3월 헌재에서 탄핵심판을 받는 동안 이사 갈 곳으로 내곡동과 경기 파주 등 3곳을 검토하다 내곡동으로 최종 결정했다. 대법원 인터넷등기소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등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은 3월 13일 28억 원에 이모 씨(69·여)에게서 내곡동 집을 매입했다. 헌재의 파면 결정 사흘 뒤였다. 청와대는 이 씨 뒷집을 경호동 건물로 사용하기 위해 매입을 추진 중이다.

그리고 보름이 지난 3월 28일 삼성동 집이 홍성열 마리오아울렛 회장(62)에게 67억5000만 원에 팔렸다. 박 전 대통령이 매입한 내곡동 집과의 차액은 39억5000만 원. 박 전 대통령은 이 돈으로 내곡동 집 잔금을 치른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통령은 1990년 삼성동 자택을 약 10억 원에 사들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저를 팔고 새로 구입한 서초구 내곡동 주택 전경. 박 전 대통령은 2008년 지어진 지하 1층, 지상 2층의 이 주택을 28억 원에 샀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박근혜 전 대통령이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저를 팔고 새로 구입한 서초구 내곡동 주택 전경. 박 전 대통령은 2008년 지어진 지하 1층, 지상 2층의 이 주택을 28억 원에 샀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홍 회장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지인에게서 삼성동 자택이 급매물로 싸게 나왔다는 얘기를 듣고 투자 목적으로 구입했다”며 “박 전 대통령 집이라 부담이 됐지만 투자 가치가 있다고 판단해 고민 끝에 결정했다”고 말했다. 또 “박 전 대통령은 집이 오래되고 전체적으로 낡아서 수리를 엄두도 못 내고 침실 보일러만 고쳐 침실에서만 지냈다고 한다”며 “삼성동 집에 내가 들어갈지, 아니면 재건축할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충남 당진 출신인 홍 회장은 박 전 대통령이 졸업한 서강대에서 명예경제학박사 학위를 받았고 ‘최고경영자 과정’과 ‘오피니언 리더스 프로그램’을 수료했다. 일각에선 두 사람이 개인적 인연이 있지 않느냐는 얘기도 나온다. 박 전 대통령 측 관계자는 “두 사람이 아는 사이인지는 모르겠지만 홍 회장이 박 전 대통령을 돕고 싶은 마음을 가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홍 회장은 “박 전 대통령과 동생 박지만 EG 회장 등 누구와도 인연이 없다. 나 말고도 삼성동 집을 사려는 사람들이 줄 서 있었다”고 말했다. 앞서 홍 회장은 2015년 11월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 재국 씨(58)가 소유했던 경기 연천군 허브빌리지를 118억 원에 매입했다.

박 전 대통령의 내곡동 집은 차가 다니는 큰길에서 100m가량 떨어진 골목 끝에 있다. 지상 2층, 지하 1층으로 대지면적 406m², 건물면적 570.66m²다. 한 공인중개사는 “지중해풍 콘셉트로 수입 자재를 써서 지은 고급 주택”이라고 홍보한 적이 있다. 이 집엔 원래 전 주인 이 씨의 딸인 미스코리아 출신 배우 신모 씨가 살았다.

여기서 직선거리로 390m 떨어진 곳엔 이명박 전 대통령이 퇴임 후 집을 지어 살려고 했던 터가 있다. 이 터는 2012년 편법 증여 의혹에 휩싸여 건축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은 삼성동 자택의 취약한 경호 문제를 해결하고 변호사 선임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이 집을 팔고 새집을 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대통령 측은 유영하(55) 채명성 변호사(39) 외에 추가로 변호인을 선임하기 위해 고위 법관 출신을 접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지만 회장은 변호사 선임에 도움을 주려다 박 전 대통령에게 사실상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회장 측은 “박 회장이 아주 답답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박 전 대통령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는 다음 달 2일 오전 10시 첫 공판준비기일을 열기로 했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 측은 재판 준비가 덜 됐다는 이유로 연기 신청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박훈상 tigermask@donga.com·권기범·배석준 기자
#박근혜#사저#내곡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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