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 인 컬처]‘오빠’들 줄줄이 가는 경찰홍보단… 왠지 씁쓸하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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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 연예병사 논란
슈퍼주니어 등 유명 연예인 집합소 年 최대 136회 공연-치안홍보 활동
경찰 “외박-외출 특혜 없다”지만 시위진압-경비 등 고된 업무 ‘열외’
시민 77% “특혜 맞다” 불편한 시선

“난 제대했단 말이야. 왜, 왜 군대를 두 번 가야 해?”

아, 꿈이었구나. 에이전트26(유원모)은 식은땀을 흘리며 잠에서 깼다. 아직 낯선 환경이라 그럴까. 과거 행성 HD189733b 인근에서 복무하던 시절이 꿈에 자꾸 나왔다.

쉽사리 다시 잠들지 못하던 그는 TV를 켰다가 소스라치게 놀랐다. 아니 저 어색한 경례 동작은 뭐람. 이름이 김준수(JYJ) 탑(빅뱅·경찰악대 복무 예정)…. 저들은 한국 유명 연예인인데 군대를 간다고? 그런데 의무경찰 ‘경찰홍보단’은 뭐야. 분명 이 나라 연예병사는 폐지됐다 들었건만. 갑자기 나타난 에이전트2(정양환)는 26의 무릎을 탁 쳤다.

“자넨 사상 최고의 행정병 출신이잖나. 꼼꼼히 조사해 보도록!”

그래, 드디어 실력을 보여줄 때가 왔군.

○ 경찰홍보단은 제2의 연예병사?

공연 펼치는 홍보단 서울경찰홍보단 소속 의경 대원들은 지난해 1년간 총 136회의 치안 홍보 공연을 펼쳤다. 그 대신 시위 경비 활동에는 출동하지 않았다. 동아일보DB
공연 펼치는 홍보단 서울경찰홍보단 소속 의경 대원들은 지난해 1년간 총 136회의 치안 홍보 공연을 펼쳤다. 그 대신 시위 경비 활동에는 출동하지 않았다. 동아일보DB
경찰홍보단이란 곳엔 이미 슈퍼스타가 즐비했다. 전국 17개 지방경찰청 중 경찰홍보단을 운영하는 곳은 서울 경기남부 전남 등 총 3곳. 특히 2000년 처음 만들어진 서울청 경찰홍보단(구 호루라기 연극단)은 현재 심창민(동방신기 최강창민) 이동해(슈퍼주니어 동해) 최시원(슈퍼주니어 시원) 등이 있다. 몸값만 수백억 원이 넘는 한류스타 집합소란다.

사실 홍보단은 출범 당시엔 연예인이 한 명도 없었다. 직업경찰관 3명이 치안 홍보 활동을 하는 소탈한(?) 조직이었다. 허나 어느 순간 연기·마술·노래·춤 등의 특기를 가진 전·의경을 뽑기 시작했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1차 오디션과 2차 의경 적성시험 등을 통해 단원을 선발한다”며 “우수한 자원을 뽑기 위해 연극영화과나 뮤지컬 전공 학과 등에 공문을 보내 오디션에 응해 주길 요청한다”고 말했다.

이런 홍보단이 군미필 연예인의 사랑을 독차지한 시점은 2013년 전후였다. 한때 솔로 남성가수의 쌍두마차였던 비와 세븐의 ‘공’이 컸다. 지난달 배우 김태희와 결혼한 비는 당시 군인 신분임에도 ‘밤마실’을 즐기다 만인의 지탄을 받았다. 세븐은 안마시술소에 가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이를 계기로 도입 16년 만에 연예병사 제도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이후 언뜻 연예병사 ‘필’이 물씬한 홍보단에 연예인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 특혜 의혹 벗어나야 신뢰 얻어

그렇다면 홍보단은 과연 ‘꿀보직’일까.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다. 일단 휴가나 외박은 일반 의경과 똑같이 적용한다는 게 서울청의 설명. 서울청 관계자는 “어떤 특혜도 없이 2개월에 3박 4일의 정기외박, 주 1일 외출 등이 주어진다”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논란이 불거지지 않은 이유”라고 했다.

촛불집회 출동한 의경 일반 의경 대원들은 군 복무 기간 집회 시위 진압과 시설 경비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10일 제7차 촛불집회에 출동한 의경 모습. 동아일보DB
촛불집회 출동한 의경 일반 의경 대원들은 군 복무 기간 집회 시위 진압과 시설 경비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10일 제7차 촛불집회에 출동한 의경 모습. 동아일보DB
허나 일반 의경만큼 고되지 않은 것도 분명하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4년간 경찰홍보단 활동 내역을 보자. 한 해 최소 103회에서 최대 136회의 공연을 진행했다. ‘범죄피해 가족 위로 공연’ 등 치안 홍보 활동이 70%였고, 나머지는 경찰 내부 행사였다. 사흘에 한 번꼴로 공연하기 바빴다는 얘기. 이러니 당연히 의경의 주 업무인 시위 진압이나 시설 경비 등에선 제외된다. 지난해 의경을 제대한 김모 씨(23)는 “솔직히 열받는다. 연예인이라고 힘든 업무에서 빠지는 건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일반 시민의 시각도 그리 곱지 않다. 본보가 여론조사업체 엠브레인과 함께 17∼20일 남녀 240명에게 모바일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76.7%가 연예인의 홍보단 입대를 ‘특혜’라고 인식했다. 그렇지 않단 의견은 11.2%에 그쳤다. 심지어 홍보단을 폐지해야 한단 응답도 64.6%로 반대(8.8%)를 압도했다. 이런 부정적 시선 탓인지 배우 주원, 최진혁 등은 홍보단 오디션에 합격하고도 포기했다.

물론 홍보단 존폐는 쉽게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 서울청 관계자는 “홍보단은 위문보단 치안활동 홍보가 설립 명분”이라며 “국방부 연예병사와 생긴 배경이 달라 단순 비교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에이전트26은 왠지 모를 씁쓸함을 느꼈다. 그래, 연예인 적성 살려주고 홍보도 좋다. 그런데 사람들이 왜 특혜라 여기는지 군과 경찰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길. 단지 그들이 부러워서가 아니다. 군대에서마저 차별받는 기분이 드는 게 서러운 거다. (다음 회에 계속)
 
유원모 onemore@donga.com·정양환 기자
#경찰홍보단#연예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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