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문화회관 공연 앞둔 양희은 “큰 무대서 제 노래 총망라… 55곡 뽑아놨죠”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9월 13일 03시 00분


코멘트

“거의 안불렀던 ‘백구’‘세노야’ 준비, 제 음악 속속들이 꿰는 팬들에 선물”
성시경과 신곡 ‘늘 그대’ 작업 마쳐

서울 마포구에서 12일 만난 가수 양희은 씨는 “매일 아침 굴뚝청소부가 연통을 뚫듯 발성연습을 하며 하루를 시작한다”고 말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서울 마포구에서 12일 만난 가수 양희은 씨는 “매일 아침 굴뚝청소부가 연통을 뚫듯 발성연습을 하며 하루를 시작한다”고 말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가수 양희은 씨(66)가 12년 만에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무대에 선다. 12일 만난 그는 “오랜만에 마련된 큰 무대인 만큼 제 노래를 속속들이 꿰고 있는 사람들이 원하는 곡까지, (음악세계를) 총망라해 보려 한다”고 말했다. 전국 순회공연 ‘뜻밖의 선물’의 문을 여는 콘서트다.

1년 반 만에 신곡도 냈다. ‘늘 그대’다. 후배 가수 성시경이 작곡과 프로듀싱을 맡았다. 다음 달 20일 열리는 세종문화회관 공연은 티켓이 매진됐다. 양 씨는 이번 공연에서 부를 노래 55곡을 뽑아놨다며 자신의 휴대전화 메모장을 손으로 넘겼다.

“그간 거의 안 불렀던 ‘백구’ ‘늙은 군인의 노래’ ‘세노야’ ‘봉우리’도 있어요.”

‘가을편지’ ‘인생의 선물’ ‘내 어린 날의 학교’ ‘들길 따라서’…. 곡목을 읊는 그의 입술이 바쁘다. 근황을 물으니 가정주부라 답했다. “반찬이나 부엌을 남에게 맡기지 않는다”는 그는 일주일에 두세 번 장을 본다. 세상살이와 너무 떨어져 있으면 노래도 붕 뜬다 믿는다. 듣는 이와 같은 삶을 살 때 노래가 가 닿는다고….

“어떤 날은 노래하려 마이크 잡은 제 손에서 갈치속젓 냄새가 나요. 집에서 겉절이를 담그고 온 날이죠. 관객들은 모르지만요.”

요즘 가정생활이 마냥 밝지만은 않다고도 털어놨다.

“여든아홉 살 어머니는 치매이고, 일흔이 된 남편도 심장이 안 좋아요. 심지어 열두 살 된 개 두 마리도 예전 같지 않네요. 허허.”

그러나 세상이 꺼져도 매일 오전 9시 5분이면 딸깍, 스위치가 켜지듯 그는 세상 가장 밝은 모드가 된다. 그래야 한다. 19년째다. 장수 프로그램 MBC 라디오 ‘여성시대’의 시작 시간이 오전 9시 5분이다.

“‘여성 시대’는 제게 ‘여성시대(大)학교’죠. 소통하는 법을 알려준 평생교육원이랄까요. 전 이제 영락없이 아침 사람이에요.”

‘아침 이슬’ ‘가을 아침’이 복선이었냐고 하자 그가 깔깔깔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새 노래 ‘늘 그대’는 4년째 진행 중인 디지털 싱글 연작 ‘뜻밖의 만남’에서 맺은 열 번째 결실이다.

“이 작업을 좀 더 해서 음반으로 묶어내고 나면, 저는 끝이에요.”

끝이란 은퇴인가.

“글쎄요. 여건이 된다면 한 일주일 여행을 떠나고 싶어요. 캐나다에 가서 오로라도 보고, 언젠가는 별이 무섭게 쏟아지는 하늘도 바라보고 싶어요.”

전국 투어 ‘뜻밖의 선물’은 10월 대구 광주, 11월 부산 대전과 경기 성남시, 12월 전북 전주시와 경기 수원시, 안산시로 이어진다. 6만6000∼13만2000원.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양희은#세종문화회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