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最古 태극기에 깃든 고종의 자주외교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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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년前 독립노선 지지 미국인 고문, 淸 압력에 파면되자 마음의 선물
국립중앙박물관, 13일부터 전시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공개하는 ‘데니 태극기’. 최초의 태극기는 1882년 수신사 박영효가 만들었다고 알려졌지만 실물은 전해지지 않는다.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공개하는 ‘데니 태극기’. 최초의 태극기는 1882년 수신사 박영효가 만들었다고 알려졌지만 실물은 전해지지 않는다.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국내에 현존하는 태극기 가운데 가장 오래된 ‘데니 태극기’(등록문화재 제382호)가 제73주년 광복절을 맞아 특별 공개된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조선 26대 왕 고종이 자신의 외교고문을 지낸 미국인 오언 데니(1838∼1900·사진)에게 1890년 선물한 것으로 알려진 ‘데니 태극기’를 13일부터 19일까지 상설전시실 1층 대한제국실에서 선보인다고 10일 밝혔다.

데니는 청나라의 이홍장(1823∼1901)의 추천을 받아 1886년 고종의 외교고문으로 임명됐다. 당시 청은 위안스카이(袁世凱)를 조선 주재 총리로 보내면서 노골적으로 내정에 간섭했고, 고종의 폐위까지 획책하기도 했다. 위태로운 조선을 지켜본 데니는 청의 의도와 달리 고종의 자주외교 정책을 적극 지지하며 조선을 위해 외교적 역량을 발휘했다.

데니는 1887년 고종이 수교를 맺은 각국에 외교사절을 파견하도록 도운 것을 비롯해 1888년에는 주한 러시아공사 베베르와 함께 러시아가 조선 정부와 한로수호통상조약을 맺도록 적극 주선하며 한국 측 대표의 한 사람으로 조약 문서에 서명까지 했다. 청나라에 미운털이 박힌 그는 1890년 외교고문직을 박탈당하게 됐다.

이에 고종이 자신의 마음을 담아 내린 선물이 이번에 특별 공개하는 태극기다. 크기는 가로세로 263×180cm로, 흰색 광목 두 폭을 이어 만들었다. 태극은 붉은색과 푸른색 천을 오려 바느질했고, 사괘는 지금과 유사한 모양이다. 데니의 후손이 보관하던 태극기는 1981년 한국에 돌아와 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이 됐고, 2008년 광복절을 앞두고 문화재로 등록됐다.

미국으로 돌아간 데니는 조선에서의 체험을 기록한 ‘청한론(淸韓論)’을 저술했다. 이 책은 근대 국제법 이론을 근거로 조선이 청에 속한다는 속방론을 부정하고, 청이 조선에 저지른 횡포를 신랄하게 기술해 근대사 연구에 귀중한 사료로 평가받고 있다.

한편 이번 특별 공개에서는 미국인 목사 윌리엄 아서 노블(1866∼1945)이 소장한 태극기와 1900년 프랑스 파리 만국박람회에 마련된 대한제국 전시관 모습을 소개한 일간지도 함께 전시한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데니 태극기#광복절#고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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