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읽는 동아일보/천세진]외국에 장소 제공만 말고 한국인 히어로 탄생시켜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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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자 A25면 ‘자갈치서 싸우는 블랙 팬서’ 기사를 읽었다. 외국영화들이 한국에서 세계적으로 2, 3위에 해당하는 높은 수익을 거두고 있고, 외국 영화 제작사들이 한국 관객을 염두에 둔 전략을 세우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우리나라가 외국영화의 공간적 배경으로 활용되는 점은 여러 가지를 기대하게 하지만, 만족할 만한 상황은 아닐 수 있다. 오페라 ‘나비부인’, 뮤지컬 ‘미스 사이공’, 고갱의 타히티 섬 등 많은 곳이 유명 예술작품들에 등장하지만 그 때문에 그 나라가 예술적 성취의 주인공이 되는 것은 아니다.

기사에 나온 ‘악당들은 왜 유독 한국에 자주 출몰하나?’라는 반응도 유심히 살펴야 한다. 영화 속 핵심 주류 국가의 도덕적 우위를 부각시켜 주는 보조 장치에 불과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국시장이 힘을 갖고 있다면 영화에 등장한 공간들이 관광하고 싶은 공간으로 인식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한국 배우가 주류 가치를 수호하는 위치를 차지하고, 영화 속 한국의 공간들이 그 가치와 연결된 ‘장소성’을 가진 것으로 등장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현재 갖고 있는 소비시장으로서의 힘을 최대한 활용하여 한국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를 어떻게 창출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천세진 문화비평가·시인
#한국인 히어로#자갈치서 싸우는 블랙 팬서#악당들은 왜 유독 한국에 자주 출몰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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