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하는 발레 부부 “이제 2세 낳아야죠”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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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버설발레단 황혜민-엄재용씨
15년간 1000회 무대 함께 올라… “브런치 먹고 맛집 탐방 다닐래요”

유니버설발레단 황혜민(왼쪽), 엄재용 부부. 유니버설발레단 제공
유니버설발레단 황혜민(왼쪽), 엄재용 부부. 유니버설발레단 제공
“유니버설발레단 황혜민입니다. 15년간의 발레단 생활을 하면서….”

15년이라는 단어를 말한 뒤 목이 메었는지 잠시 말을 멈췄다. 눈가는 이미 촉촉해졌다. 울먹이면서도 끝까지 자신이 손수 쓴 편지를 읽어 내려갔다.

“언젠가 다가올 무용수로서의 마지막 날을 여러 번 상상해 왔지만 막상 그날이 다가오니 오히려 담담한 마음인 것 같습니다. 사실 슬픈 마음 들키지 않도록 담담하게 보이고 싶은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 황혜민(39)과 엄재용(38) 부부는 12일 서울 중구의 한 카페에서 은퇴 기자회견을 가졌다. 2012년 결혼한 이들은 각각 2000, 2002년 유니버설발레단에 입단해 15년간 약 1000회의 무대에 함께 올랐다. 11월 24∼26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오네긴’을 끝으로 발레단을 떠난다. 은퇴라는 단어가 주는 무거움과 부담감 때문일까. 황혜민과 엄재용은 기자회견 내내 진지한 표정이었다. 두 사람 모두 발레단을 떠나지만 엄재용은 일본과 국내를 오가며 계속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관객이 ‘저 무용수 그만둬야 하지 않나’ 할 때 그만두고 싶지 않았어요. 최고의 자리일 때 내려오고 싶었어요. 또 2세를 가지고 싶었는데 지금이 그때인 것 같아요.”(황혜민)

“다른 곳에서 계속 활동하겠지만 아내와 같은 무대에서 함께 발레단 생활을 마무리하고 싶었어요.”(엄재용)

은퇴 뒤 가장 하고 싶은 것은 둘이 달랐다.

“발레를 시작하고 30년간 항상 머리카락 길이가 일정했어요. 무용수에게 머리카락은 소품이거든요. 은퇴 공연 바로 다음 날 아주 짧게 자르고 염색을 하고 싶어요. 또 평일에 브런치도 먹어보고 싶어요.”(황혜민)

“맛집 탐방을 좋아하는데 제주도부터 서울까지 배낭을 메고 여러 지역의 맛집을 찾아다니고 싶어요.”(엄재용)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유니버설발레단#무용수 황혜민#무용수 엄재용#발레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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