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학, 당색과 무관하게 경세론 발전시켜”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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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계 유형원과 초기실학 주제… 한국실학학회 국제학술대회

조선 실학의 비조(鼻祖)로 꼽히는 반계(磻溪) 유형원(1622∼1673)의 사상을 살피는 국제학술대회가 열린다.

한국실학학회(회장 하우봉 전북대 사학과 교수)와 실학박물관 등은 13, 14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에서 국내 학자와 중국, 일본, 대만, 베트남의 실학 연구자들이 참가한 가운데 ‘반계 유형원과 동아시아 초기 실학’을 연다. 이번 학술대회는 근래 발견된 유형원의 저작 ‘반계일고’와 ‘반계잡고’를 역주해 올해 ‘반계유고’로 간행하는 것을 기념해 열리는 것이다.

임형택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발표문 ‘17세기 문명적 위기의식과 실학’에서 “유형원은 병자호란에서 국왕이 삼전도에서 무릎을 꿇은 일에 대해 ‘천하국가가 이 지경에 이르렀다’며 동아시아적 차원에서 사고하고 변법(變法) 개혁을 주장했다”고 밝혔다.

재야 학자였던 유형원의 대표적 경세서인 ‘반계수록’은 소론의 영수였던 명재 윤증(1629∼1714)의 제자 덕촌 양득중(1665∼1742)이 영조에게 추천하면서 당대 주목을 받았다.

김태희 다산연구소 소장은 발표문 ‘반계 유형원과 덕촌 양득중의 실사구시’에서 “조선 실학은 성리학, 양명학 등 특정 학문과 배타적이지 않았고, 당색과 무관하게 경세론을 발전시켰다”며 “덕촌이 ‘반계수록’을 추천한 것도 실사구시의 정신이 발현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학술대회에서는 조선 실학과 동아시아 각국 실학의 연관도 조명된다. 차이전펑 대만대 교수는 ‘동아시아 실학 속의 형이상학’에서 명말청초 중국의 자연철학자 방이지와 19세기 조선의 과학사상가 최한기의 사상을 살폈다.

그는 “17세기 초 동아시아 실학의 흥기는 유학 혁신의 시작”이라며 “서양 근대성의 측면에서는 그들의 유학 부흥운동이 근대화를 완성하지 못했으나 이들의 새로운 형이상학적 사유는 동서 융합의 가능성을 열었다”고 밝혔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한국실학학회 국제학술대회#초기실학#반계 유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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