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북한에 대한 희망을 놓지 말자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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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미경 국제부 전문기자 前 워싱턴 특파원
정미경 국제부 전문기자 前 워싱턴 특파원
6일 미국 상원 군사위원회 주최로 북한 관련 청문회가 열렸습니다. 상원 군사위 청문회는 언제나 관심을 끕니다. 존 매케인처럼 지명도 높은 의원들이 군사위에 몰려 있을 뿐만 아니라 청문회에 나오는 증인들도 고위급 정부 관리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일정이 바쁜 국방장관, 국무장관, 중앙정보국(CIA) 국장도 군사위 증인으로 나오라면 군말 없이 나와야 합니다.

이번 청문회에는 여느 때보다 더 많은 관심이 쏠렸습니다. 북한 김정은이 한국 특사단에 미국과 대화하고 싶다는 의향을 밝힌 다음 날 열렸기 때문이죠.

북한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일을 담당하는 국가정보국 수장인 댄 코츠 국장이 첫 증인으로 나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북한은 과거에 미국과 체결한 합의를 수차례 깨버렸다. 김정은이 핵과 미사일을 포기할 것 같은가.”

북한의 대화 제의를 호락호락 받아줄 분위기가 아닙니다. 사실 별로 놀랄 일도 아닙니다. 워싱턴 특파원 시절 북한 얘기만 나오면 흥분하는 미국 정부 인사들을 많이 봤습니다.

“Hope springs eternal.”

증언이 절반쯤 끝날 무렵 코츠 국장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왔습니다. 귀에 확 들어왔습니다. 날선 비판이 난무하는 북한 청문회에 어울리지 않는 아름다운 문구 아닙니까.

이 문구는 ‘희망은 영원히 솟아난다’는 뜻입니다. 좀 더 자연스럽게 표현한다면 ‘인간은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우리는 희망 속에 살아간다’는 의미입니다.

그렇습니다. 코츠 국장이 진짜 하고 싶었던 말은 ‘북한을 다시 한번 믿어보자’ ‘북한이 변할 것이라는 희망을 버리지 말자’는 겁니다. 북한의 대화 제의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자는 것이 그의 결론인 것이죠.

이 문구는 알렉산더 포프라는 18세기 영국의 저명 시인이 쓴 ‘인간론’이라는 시에 등장합니다. 이 시는 미국 중고교 교과서에 실릴 정도로 유명합니다.

특히 이 문구는 정치인들이 즐겨 사용합니다. 정치와 희망은 서로 안 어울리는 듯하지만 사실 정치만큼 희망이 필요한 곳이 어디 있겠습니까.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도 애용한 문구였습니다. 의회의 대치로 인해 자신이 야심 차게 내놓은 정책이 흐지부지될 위기에 처했을 때 “Hope springs eternal”(나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이라고 말했습니다.

많은 미국인이 줄줄 외울 만큼 유명한 시라고 하니 읽어볼 가치가 있습니다.

Hope springs eternal in the human breast/Man never is, but always to be blessed/The soul, uneasy and confined from home/Rests and expatiates in a life to come.

(희망은 사람의 가슴속에서 영원히 샘솟는다/인간은 항상 현재 행복한 것이 아니라 앞으로 행복해지는 것이다/아무리 불행하고 떠도는 영혼이라도/앞으로 다가올 삶 속에서 휴식한다).
 
정미경 국제부 전문기자 前 워싱턴 특파원
#미국 상원 군사위원회#김정은#희망은 영원히 솟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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