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테르테 “中과 전쟁 감당 못해”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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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남중국해 감시소 강행에도 “전쟁하면 軍-경찰 다 잃을 것”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와 관련해 한국과 갈등을 빚고 있는 중국이 남중국해에서도 영유권 문제 등으로 주변국들과 잇달아 마찰을 일으키고 있다. 중국이 인공 섬을 매립하고 분쟁 지역에 감시소를 설치하는 등 영유권 강화를 가속화하자 베트남과 필리핀이 반발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본은 중국 견제를 위해 베트남과 필리핀을 지원하고 있다.


필리핀 마닐라타임스는 20일 ‘중국과 전쟁을 하지는 말자’는 제목으로 중국과 갈등이 높아지는 현지 상황을 상세히 전했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19일 미얀마와 태국 순방을 위한 출국에 앞서 기자들에게 “우리는 중국이 (남중국해 분쟁 지역에) 환경 감시소를 설치하는 것을 막을 수 없다”며 “강력한 이웃 국가와의 전쟁을 감당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는 중국이 필리핀과의 영유권 분쟁 지역인 스카버러 암초(중국명 황옌다오·黃巖島) 등에 환경 감시소를 지을 것으로 알려지면서 나온 발언이다. 중국 하이난(海南) 성 싼사(三沙) 시의 샤오제(肖杰) 시장은 최근 “올해 황옌다오 등 여러 곳에 환경 감시소를 설치하기 위한 준비 작업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두테르테 대통령은 “나에게 전쟁이라도 선포하기를 원하는가. 군과 경찰을 다 잃을 텐데 그럴 수는 없지 않은가”라고 말해 중국의 조치에 강한 불만을 가지고 있지만 국력이 약해 대응하지 못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앞서 중국 가오후청(高虎城) 상무부장은 지난달 22일로 예정됐던 필리핀 방문을 하루 앞서 취소했다. 페르펙토 야사이 필리핀 외교장관이 21일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외교장관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중국의 남중국해 군사기지 확장 움직임에 우려를 표명한 것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난해 6월 집권한 뒤 그해 10월 중국을 방문하는 등 전임 베니그노 아키노 대통령의 ‘친(親)미 및 중국 견제’ 외교노선에서 벗어나 ‘탈미 친중’ 정책으로 전환을 꾀했다. 하지만 중국이 영유권 강화 움직임을 보이자 다시 중국과 각을 세우고 있다. 필리핀은 남중국해 스프래틀리 제도(중국명 난사·南沙 군도)에서 자국이 실효 지배하는 티투 섬의 군사시설을 정비·확충할 계획이어서 중국과의 갈등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과 베트남의 관계도 심상치 않다. 베트남은 최근 파라셀 제도(중국명 시사·西沙 군도)의 노스 섬(중국명 베이다오·北島)에서 중국이 섬 확장을 위한 공사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지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중국은 시사 군도 등을 도는 크루즈선 운항과 항공 관광도 추진하고 있다. 레하이빈 베트남 외교부 대변인은 최근 “파라셀 제도 등에 대한 중국의 관광 프로그램은 베트남 주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올해 1월 12일에만 해도 베트남 권력 서열 1위인 응우옌푸쫑 공산당 서기장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만나 ‘양국은 운명 공동체’라고도 선언할 정도로 두 나라의 관계가 좋았다.

일본은 필리핀에 임대를 약속한 5대의 해상자위대 TC-90 훈련기 중 2대를 27일, 나머지는 연말까지 인도할 계획이다. 일본은 17일에는 베트남에 순시정 1척을 전달하는 등 중국과 갈등을 빚고 있는 두 나라를 돕고 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중국#베트남#필리핀#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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