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태국 동굴 소년 구조는 진짜 기적…1925·59·65·2009년엔 모두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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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7월 12일 10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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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채널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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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동굴에 갇혀있던 유소년 축구팀 소속 10대 12명과 코치 1명 등 13명 전원이 17일 만에 구조된 건 아주 이례적이고 기적적인 일이라고 한 전문가가 설명했다.

이정모 서울시립과학관 관장은 12일 MBC라디오 ‘이범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그동안에는 동굴 구조 대부분이 비극으로 끝났다. 그러니까 이번 구조를 기적이라고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장은 “몇 가지 사례를 조사해봤는데, 1925년 동굴 탐험가 콜린스가 매머드 동굴 탐색에 나섰다가 고립됐는데 구조대가 17일 만에 콜린스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콜린스는 사망한 상태였다”면서 “그 다음에 59년, 65년, 2009년에도 동굴탐험가들이 동굴에 갇힌 사고가 있었는데 모두 다 며칠 만에 사망하고 말았다. 성공사례가 아주 드물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표적인 성공사례는 비교적 최근인데 독일 물리학자 요한 베스트하우저의 경우”라면서 “이 물리학자는 2014년에 알프스 산악지대 동굴 탐색에 나섰다가 갇혔다. 그때 6개 나라에서 온 수백 명의 구조대가 구조 작전에 나서서 12일 만에 구조했다. 과거 사례에 비춰볼 때 전문 동굴 탐험가가 아닌 어린 꼬마들이 무려 17일 만에 구조됐다는 것은 아주 이례적이고 기적적인 일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이울러 “동굴이 환경마다 다 다르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춥고 습하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면서 “컴컴하고 앞이 하나도 안 보이지 않느냐. 캄캄하고 고립돼 있어서 심리적으로 되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 다행히 이번 경우에는 거대한 동굴 그 중에 석회동굴이라서 나름대로 산소가 충분했고, 또 물은 너무 많아서 문제였다. 동굴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고립돼서 17일을 버티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이번에 열흘째에 발견된 것이지 않느냐. 그 후부터는 체온을 유지하는 도구, 식사가 충분히 전달되었고, 의사도 함께 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인 것 같다”이라고 말했다.

동굴에 있던 축구팀 코치가 동굴 천장이나 종유석에 맺혀 있는 물만 마시게 했다고 들었다는 지적엔 “항상 물이 제일 문제”라면서 “13명이 17일 동안 용변을 어디선가 해결해야 되지 않느냐. 고립된 사람들이 처리하는 용변이란 건 결국 고인 물로 흘러가게 될 것이다. 물은 당연히 오염된다. 그래서 어렵더라도 종유석에 있는 물을 핥아먹게 하면서 건강을 유지하게 했다”고 설명했다.

태국 유소년 축구팀 소속 12명과 코치 1명은 지난달 23일 오후 훈련을 마치고 관광 목적으로 태국 북부 치앙라이주에 있는 동굴에 들어갔다가 갑자기 내린 비로 동굴 내 수로의 수위가 높아지면서 고립됐다.

이들은 고립 10일째인 2일 밤 동굴 입구로부터 5㎞가량 떨어진 지점에서 네이비실 잠수대원들과 함께 동굴 내부를 수색하던 영국 동굴탐사 전문가 2명에 의해 발견됐다. 8일부터 구조작업을 시작한 당국은 17일째인 10일 13명 전원 구조에 성공했다.

정봉오 동아닷컴 기자 bong08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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