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中, 북한 변화 바란다면 제재구멍 막아라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19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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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2 싱가포르 북-미 회담 이후 일주일, 북 비핵화 이행 조치를 위한 후속 협의는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으나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대오는 벌써 이완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낸 결정적 요인이었던 중국의 대북 제재에 변화의 기류가 분출된다. 대북 제재 과정에서 운영을 중지했던 단둥 등 북-중(北中) 접경지대의 중국 공장 10여 곳이 최근 가동을 재개했으며 북한산 수산물 등 제재 품목들도 쉽게 눈에 띈다고 한다. 중국 내 북한 근로자 파견도 지난달부터 증가세로 돌아섰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중국이 대북 수출 화물 검색과 북한산 임가공품 밀수 단속을 크게 완화해 금수 품목들의 반·출입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11월 중단된 중국국제항공의 평양행 항공기 정기 운항이 최근 재개됐고 북한 단체관광 상품도 다시 판매에 들어갔다. 남북 대화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지난주 군사회담에 이어 남북은 어제 판문점에서 체육회담을 열고 8월 아시아경기대회 공동 참가와 남북 통일농구대회 개최 방안을 논의했다. 22일 금강산에서는 남북 적십자회담이 열린다.

한반도 긴장 완화에 따라 남북 대화가 활성화되는 것은 당연하고 바람직한 일이다. 북-중 접경지대의 활기도 인위적으로 막기 어려운 면이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화해 기류가 비핵화 실행과 발맞추지 않고 앞서갈 경우의 부작용이다. 중국은 북핵 문제의 정치적 해결을 강조하면서 대북 제재 완화 또는 해제의 필요성을 주장해 왔다. 그런 중국을 견인해야 할 미국도 미세한 변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주 미중 외교장관 회담 후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완전한 비핵화 이후에 대북 제재가 해제돼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면서도 “유엔 제재 결의안의 ‘제재 해제 장치’에 대해 적절한 시점에 고려하기로 왕이 부장과 의견을 같이했다”고 덧붙였다. 유엔 결의안에는 제재의 수정 강화 해제를 가능케 하는 조항이 포함돼 있는데 이를 고려한다는 것은 비핵화 완료 이전에도 제재를 완화할 용의가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남북 화해와 동북아 평화 구축을 빌딩 건설에 비유하면, 이 빌딩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기초와 뼈대 위에 지어질 수밖에 없다. 정치·군사적 긴장 완화, 경제협력 및 다양한 분야와 민간 차원 교류라는 층(層)들은 비핵화라는 토대가 있어야만 고층으로 올릴 수 있는 것이다. 아직은 기초를 다지는 첫 삽도 뜨지 못했는데 북한을 변화시킨 핵심이며 앞으로도 사실상 유일한 지렛대인 국제 제재가 벌써부터 느슨해진다면 비핵화 자체의 동력도 약해질 수밖에 없다.
#6·12 북미회담#북 비핵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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