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희경 작가 “어느새 왜곡된 부모상… 진짜 엄마 보여주고파”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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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년전 드라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리메이크한 노희경 작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을 21년 만에 다시 선보이는 노희경 작가는 “부모는 인간의 첫 번째 숙제”라고 말했다. 그는 “이 작품을 통해 시청자들이 덜그럭거리지만 인생을 함께 살아내는 친구로 부모를 이해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리퍼블릭에이전시 제공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을 21년 만에 다시 선보이는 노희경 작가는 “부모는 인간의 첫 번째 숙제”라고 말했다. 그는 “이 작품을 통해 시청자들이 덜그럭거리지만 인생을 함께 살아내는 친구로 부모를 이해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리퍼블릭에이전시 제공
《 “제 경험으로 봤을 때 부모를 이해하면 세상 살기가 편해요. 그분도 살려고 애썼는데, 참 안됐다 하는 마음이면 본인이나 주변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이해돼요. 제 작품을 읽고 ‘우리 아버지, 어머니도 참 안됐다는 생각이 들더라’ 말해줄 때 기분이 좋아요.” 노희경 작가의 드라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이 21년 만에 리메이크돼 돌아온다. 》
 
드라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에 출연하는 배우 유동근, 김영옥, 원미경, 최지우, 최민호(왼쪽부터). tvN 제공
드라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에 출연하는 배우 유동근, 김영옥, 원미경, 최지우, 최민호(왼쪽부터). tvN 제공
총 4부작으로 9일 오후 9시부터 tvN에서 방송되는 이 드라마는 평생 가족 뒷바라지를 하며 살다 말기암 진단을 받은 인희가 치매 앓는 시어머니와 남편, 두 아이와 이별하는 내용이다. 1996년 백상예술대상 TV부문 대상과 작품상을 받은 화제작이다.

노 작가는 “그동안 엄마를 위한 이야기가 없었다”며 리메이크의 의의를 설명했다.

“요즘 대부분의 드라마 속 엄마는 엄마가 아니에요. 자식들을 잃어버리고, 재산 안 준다며 괴롭히는, 극중 갈등을 불러일으키는 장치일 뿐이죠. 그러다 보니 부모상이 왜곡되고, 엄마는 불편한 존재라고 받아들여지지요. 그래서 아무도 말해주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가족 이야기가 지금 다시 필요하겠다 싶었어요.”

실제로 ‘세상에서…’는 노 작가가 암으로 돌아가신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드라마는 세월이 흘러도 잊혀지지 않고 줄곧 다른 모습으로 다시 등장해 왔다. 2011년엔 영화로 제작됐으며, 2013년엔 고3 전국 모의고사 독해 지문으로 출제됐다.

“이 작품은 그냥 글이 아니라 내겐 하나의 ‘존재’예요. 지난 20년간 대학생이나 직장인이 하는 작은 연극 단체엔 무료로 주기도 했어요. 모자라다면 모자란 그대로 ‘살아 있어도 되겠다’는 마음이었어요.”

이번 리메이크작엔 배우 원미경과 유동근, 최지우, 최민호가 출연한다. 원작에서 시어머니로 나왔던 배우 김영옥은 또 한번 같은 역을 맡았다.

“배우를 탐구하다 보면 ‘저 배우는 저런 모습이 있네. 저런 모습은 안 썼네’ 하는 것이 있어요. 최지우 씨 같은 경우엔 글루미(우울)한 느낌이 있는데, 그걸 부각시켜 써 주고 싶은 거죠. 그 사람 매력이니까.”

‘굿바이 솔로’ ‘그 겨울, 바람이 분다’ ‘디어 마이 프렌즈’ 등 노 작가의 작품 20여 편은 가슴을 후벼 파는 차분한 대사들이 일품이다. 그는 ‘담담히 진심을 말하는 대사가 울면서 소리치는 대사보다 더 잘 들린다’고 말했다.

“예전엔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내 대사 듣고 좋아할까, 히트어를 만들까 생각했어요. 그런데 10년 정도 지나니까 ‘내가 사기꾼처럼 글을 쓰네, 속여서 마음을 훔치네’ 싶었어요. 요즘은 일상적인 언어를 써요. 멋 부렸던 것도 싹 다 지웠어요. 말은 진심을 전하는 도구여야 하지 목적이 돼선 안 된다고…. 어렵지만 더 재밌어요. 깊어지니까.”

그의 작품에선 유독 엄마와 딸의 관계가 부각된다. 자식은 트라우마가 된 부모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해 갈등이 생긴다. 그렇지만 결국 이해하고 사랑할 수밖에 없음을 고백한다. 그는 현대인 모두 콤플렉스 덩어리이지만 가족이란 뿌리에 단단히 기대야 한다고 말한다.

“이 드라마에 나오는 가족을 보면 (서로가) 그렇게 따뜻하지 않아요. 그렇지만 존재 자체로 완벽해요. 그 불완전 속에 완전함이 있다고, 포장하지 않고 보여만 줘도 좋겠다 싶었어요. 가족에겐 절대 비아냥댈 수 없는 어떤 의미가 있거든요.”

그는 현재 내년 초 방영될 새 드라마를 집필 중이다. 사람 냄새 나는 노희경식 장르물이 탄생할 예정이다.

“난 아직도 궁금해요. 나 자신 그리고 사람에 대한 관찰이나 탐구는 죽는 그 순간까지 계속될 거예요.”
 
조윤경 기자 yunique@donga.com
#노희경#드라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 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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