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들에게 야한 옷에 섹시한 표정 지으라고…” 성심병원 장기자랑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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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년 11월 11일 10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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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간호학과, 간호사 대나무숲 페이스북
사진=간호학과, 간호사 대나무숲 페이스북
성심병원 일부 간호사들이 재단 체육대회에 동원돼 노출 의상을 입은 채 선정적인 춤을 추도록 강요받는 등 인권침해를 당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0일 페이스북 페이지 ‘간호학과, 간호사 대나무숲’에는 “대학병원에서 간호사들 장기자랑 시키고 야한 옷에 섹시한 표정 지으라는 등 제정신이 아니다”라는 내용이 담긴 글이 게재했다.

익명의 이 글쓴이는 “성심병원에서는 매년 체육대회를 하고 간호사들은 장기자랑 뿐만 아니라 모든 종목에 참여하게 된다. 병원의 구성원 중에서 간호사의 수가 큰 비중을 차지 하고 있기 때문에 성심병원에서는 각종 행사에 당연하게 간호사를 동원한다”고 운을 뗐다.

이어 “체육대회에서의 장기자랑에서 간호사들은 짧은 치마 또는 바지, 나시를 입고 춤을 춘다. 장기자랑에 참여하는 간호사들은 거의 신규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싫다는 표현도 제대로 하지도 못한다”며 “간호사를 보호해주어야하는 간호부장님들 조차도 장기자랑에서의 복장에 대해서는 신경써 주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글쓴이가 함께 게재한 사진에는 한뼘 수준의 초밀착 핫팬츠에 탱크톱 등을 입은 여성들이 무대에서 춤을 추고 있는 모습이 담겼다.

글쓴이는 “뿐만 아니라 장기자랑에 참여하기 위해 신규 간호사들은 한달 동안 힘들게 연습에 참여한다. 새벽 6시반부터 출근해 (오후)3~4시까지 고된 일과를 마친 후 저녁 늦은 시간까지의 연습은 당연히 필수로 참석하도록 강요당한다”고 호소했다.

또 “나이트 근무 13시간 이상씩 무조건 하는데 나이트수당 4만2000원이다”라고도 덧붙였다.

한림대 성심병원 5개를 운영하는 일송학원은 매년 10월 재단 행사 ‘일송가족의 날’을 연다. 재단 산하의 병원에 소속된 관계자 수백 명은 이날 다 함께 모여 체육대회에 참가한다.

문제는 ‘장기자랑’ 시간. 성심병원 소속 일부 간호사들이 장기자랑에서 짧은 옷을 입고 무대에서 선정적인 춤을 출 것을 사실상 ‘강요’받고 있다고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토로한 것.

제보자들은 연습을 하는 과정에서 간호부 관리자급으로부터 ‘어떻게 하면 유혹적인 표정과 제스처가 되는 지’까지 지시를 받는다고 주장했다. 극도의 수치심을 호소하며 울거나 거부하는 간호사들도 있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말했다.

김숙영 보건의료노조 서울지역본부 본부장은 10일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항의를 하고는 싶고 다들 하기는 싫었지만 거부하기는 어려웠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특히 저연차의 직원들은 고연차 직원들이 ‘너희들이 해야 되지 않냐’라고 하면 거부하기가 굉장히 어렵다. 상급자들에게 찍히는 그런 결과를 가져오니까 ‘하지 못하겠습니다’라고 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김 본부장은 “요즘에 나오는 걸그룹에 준하는 복장으로 보여지도록 하는 행사들이 이루어진 것 같다. 저도 간호사의 한 사람으로서, 여성으로서 좀 너무 치욕스러웠을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이어 “저희는 의료인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환자를 돌보고 있지 않은가?”라며 “4년 동안 공부해서 이런 거 하려고 공부했나 자존감도 떨어지고, 같이 일하는 남자 직원들과 환자들 보기에 상당히 민망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재단 측은 몰랐다는 입장이다. 재단 관계자는 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몇 사람이 됐든 그런 식의 강요를 받았다면 잘못된 일”이라며 “그런 의견이 있었다면 조사해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장기자랑 등은 재단 산하의 각 기관에서 알아서 정하는 것”이라며 “특정 종목이나 의상 등 상태를 재단 차원에서 요구하거나 지적한 바는 없었다”고 덧붙였다.

최정아 동아닷컴 기자 cja09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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