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현수]‘롯데 흔들기’ 매달리는 신동주… 18만 임직원은 안보이나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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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수·산업부
김현수·산업부
보유 지분을 팔려는 진짜 이유가 뭘까. 경영권 분쟁의 불길이 다시 치솟는 것일까. 그는 주변 인물과 왜 결별했을까. 다른 주주들이 그를 따르려 할까.

미스터리 영화 얘기가 아니다. 국내 5대 그룹이자 매출 100조 원, 국내외 임직원 18만 명을 고용하고 있는 롯데 창업주의 장남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을 둘러싼 궁금증이다.

12일 오후 신 전 부회장이 세운 SDJ코퍼레이션은 신 전 부회장이 롯데쇼핑 등 4개사의 보유 지분 97%를 매각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 시간부터 롯데 임직원과 협력사는 물론이고 소액주주들까지 롯데를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은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날까’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현재까지 누구도 답을 모른다. 신 전 부회장은 4개사 분할합병에 반대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했지만 경영권을 포기한 것은 아니라고 했다. 하고 싶은 얘기만 하고 나머지 질문엔 묵묵부답이다. 결국 미스터리를 풀어가듯 조각을 하나씩 맞춰 보는 수밖에 없다.

주주들은 신 전 부회장이 진짜 지분을 매각할지, 롯데는 신 전 부회장에게 지불할 자금이 있는지, 주가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계산하기에 바쁘다. 롯데는 분할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에 대비해 현금 2조8500억 원을 준비해뒀다. 하지만 중국 롯데마트에 최근까지 7000억 원가량을 긴급 투입하는 등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 여파로 인한 재무적 부담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더 큰 부담은 불확실성이다. 신 전 부회장은 2015년 10월 경영권 분쟁을 위해 설립한 SDJ코퍼레이션을 통해 끊임없이 롯데를 흔들고 있다.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신 전 부회장은 SDJ코퍼레이션에 2015년 12월부터 올해 8월까지 20차례에 걸쳐 총 276억4600만 원의 운영자금을 빌려줬다. 이 돈은 각종 소송전과 롯데 및 각 계열사 주주총회 비방전 등에 쓰였다. 최근에는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의 평전을 썼다더니 돌연 출간을 중단했다.

신 전 부회장의 롯데 흔들기는 거대 기업을 마치 자신의 가족 소유물로 여기는 구시대적 발상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많다. 기업 이미지가 훼손되고, 시장에 충격을 주든 말든 자신의 권리만 찾겠다는 책임 없는 태도가 불편하다. 18만 임직원에 협력업체 직원들까지 더하면 롯데와 이해관계가 얽힌 이들은 수백만 명에 달한다. 롯데는 이들에게 생계의 터전이다. 개인의 소유물이 아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롯데#신동주#경영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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