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몰아치기식 재벌개혁 없을것”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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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4대그룹과 ‘소통’ 만남
개혁 강도 유지하되 ‘속도조절’… 재계일각 “일방통보 당혹스러워”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1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몰아치는 방식의 재벌 개혁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새 정부가 재벌 개혁의 강도는 유지하되 서두르지 않는 대기업 정책을 펼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김 위원장은 이날 밝힌 4대 기업과의 만남의 목적을 ‘소통’으로 요약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경제민주화·재벌 공약의 취지를 산업계에 이해시키고 기업들의 반발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이번 만남을) 4대그룹의 의견을 경청하는 기회로 생각하고 그 이후에도 기업들의 특수한 사정에 대해 (정책 집행 과정에서) 계속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위원장이 대기업 수장과 회동을 갖는 일은 그동안 드물었다. 노무현 정부 시절 강철규 당시 공정위원장이 2003년 주요 그룹 회장과 개별적으로 만나고 2006년에 15개 대기업 구조조정본부장과 오찬을 가졌을 뿐이다.

경쟁당국이 재계를 불러내 기업 옥죄기에 나서는 게 아니냐는 일각의 비판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김 위원장은 “재벌 기업들은 한국 경제의 소중한 재산”이라며 “기업들이 스스로 모범사례를 만들어가는 ‘포지티브 캠페인’ 방식의 재벌 개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를 두고 기업 개혁의 강도 자체가 낮아질 것으로 보는 이들은 많지 않다. 오히려 공정위가 시간이 다소 걸리더라도 기업 불법행위의 혐의를 철저히 입증하는 방식의 정공법을 펼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김 위원장은 공정위가 3월부터 추진해 온 45개 대기업집단의 일감몰아주기 실태 조사 결과를 분석해 추가 조사에 나설 방침이 있다는 뜻을 밝혔다.

김 위원장의 대화 제의에 대한 재계 반응은 엇갈렸다. 문재인 정부가 재벌 개혁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상황에서 재계에 공식적인 대화 자리를 마련한 것 자체는 환영한다는 평가가 나왔지만 “일방적인 통보”라며 당혹스럽다는 반응도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4대 그룹의 한 관계자는 “서로 어젠다를 협의해서 답을 내기 위한 만남을 해야 하는데 조율도 안된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만나자는 것은 공정위가 요구하는 것을 일방적으로 전달하겠다는 것밖에 안 된다”고 지적했다.

세종=천호성 thousand@donga.com / 서동일 기자
#김상조#4대그룹#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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