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43개 학과, 여교수 1명도 없어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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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2017 다양성보고서’ 분석

서울대 경제학부 학생과 대학원생 1452명 중 437명(30.0%)은 여성이지만 교수 중 여성은 단 한 명도 없다. 36명의 교수 중 외국인이 4명, 국내 다른 학교 출신은 3명 있지만 모두 남성이다.

이는 경제학부만의 상황이 아니다. 본보가 11일 서울대 다양성위원회의 ‘2017 다양성보고서’를 입수해 확인한 결과 지난해 10월 기준 서울대 전임교원 2104명 가운데 여성은 326명(15.5%)뿐이었다. 2006년 10.6%보다 4.9%포인트 높아지기는 했지만 전체 학부생 중 여성 비율(35.8%)이나 대학원생 중 여성 비율(44.5%)보다 훨씬 낮다.

서울대 여교수 비율은 국내 사립대 평균(25.5%)에 못 미치고, 하버드(30.0%)나 펜실베이니아(32.7%), 브라운(33.6%), 컬럼비아(27.0%) 등 미국 주요 대학은 교수 중 30% 안팎이 여성인 것과도 대비된다.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대 학과·학부·교실 148개 가운데 43개(29%)에 여성 전임교원이 한 명도 없다. 경제학부에서 지난달 여교수를 채용했지만 올해 2학기까진 임용 유예 상태고, 전기정보공학부에서 올해 안에 2명을 뽑을 예정이지만 여학생 비중(경제학부 28.2%, 전기정보공학부 10.2%)에 비하면 여전히 부족하다. 간호대학과 생활과학대학을 제외한 모든 단과대가 여학생 비율보다 여교수 비율이 낮다.

또 대학의 주요 보직에서 여교수 약세가 두드러졌다. 지난해 10월 기준 대학본부의 부총장, 처장·부처장이나 단과대 학장·부학장 등 주요 보직 107자리 가운데 여성은 10명(9.3%), 서울대의 주요 심의기구인 평의원회 의원(교수) 45명 가운데 여성은 5명(11.1%)뿐이었다. 정책 결정 과정에서 여교수의 목소리가 작게 반영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대에 여교수 비율이 낮은 것은 ‘유리천장’(여성이 일정 수준의 직위로 오르는 것을 막는 사회적 장애물)이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대 다양성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홍기선 영어영문학과 교수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뽑자는 것이 아니라 여성이라는 이유로 뽑히지 않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교수들이 최종 학위를 받은 대학을 살펴봐도 다양성 측면에서 미흡했다. 서울대의 내국인 전임교원 1994명 가운데 714명(47.2%)이 미국에서 최종 학위를 받았다. 국내 대학 출신(42.4%)보다 많았고, 독일(2.9%) 영국(2.2%) 일본(2.1%) 대학 출신보다 압도적으로 많다.

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서울대 43개 학과#여교수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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