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이번엔 ‘중국 산업스파이 기소’ 놓고 충돌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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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기밀 접근 中안전부 첩보원, 처음 美로 송환돼 재판 받아
美 “중국이 기술 절도 진두지휘”, 中 “美측 기소는 완전히 날조”

미국 항공우주산업 기밀을 훔치려 한 혐의를 받던 중국 정부 소속 스파이가 미 법원의 재판에 넘겨졌다. 미 정부가 이번 사건을 두고 “미국의 희생을 대가로 경제를 발전시키려는 중국 정부 정책의 일부”라고 강하게 비난하자 중국 정부는 “미국 측의 기소는 완전히 날조된 것”이라고 거칠게 반발했다. 무역전쟁으로 갈등을 빚고 있는 양국 간 갈등이 산업안보로까지 확대되는 모양새다. 미국연방수사국(FBI)은 미국의 경제·산업 분야에서 간첩 행위를 한 혐의로 중국 정부 소속 스파이가 미국으로 송환돼 재판을 받는 것은 처음이라고 밝혔다.

11일 로이터 등에 따르면 중국 국가안전부(한국의 국가정보원 격) 소속 첩보원인 쉬옌쥔이 10일 미국 검찰에 의해 기소됐다. ‘취후이’, ‘장후이’라는 가명으로도 알려진 그는 국가안전부 장쑤(江蘇)성 지부 제6판공실에서 해외정보 수집과 방첩 임무를 담당하는 고위 관리인 것으로 알려졌다.

쉬옌쥔은 간첩 행위, 산업기밀 절도 음모 및 시도 등의 혐의로 기소돼 11일 미국 오하이오주 신시내티 연방법원에서 첫 재판을 받았다. 쉬옌쥔은 올해 4월 미국의 항공기 엔진 제조 기업인 제너럴일렉트릭(GE) 항공부문의 엔진 날개 디자인과 재료 관련 자료를 손에 넣기 위해 GE 직원에게 벨기에에서 만나자고 했다가 미국 수사당국에 포착됐다. 쉬옌쥔은 미국 법원이 발부한 영장에 근거해 벨기에 당국이 체포했다.

쉬옌쥔은 2013년 12월부터 올해 4월 체포될 때까지 GE 등 미국의 주요 항공우주기업 전문가들에게 중국 내 대학 강연을 요청하는 방식으로 접근해 첨단기술 관련 기밀을 빼내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장쑤성 과학기술증진협회 관계자로 신분을 위장했고 미국 기업 전문가들을 중국으로 초청하면서 여행 비용과 수당 등을 제공했다.

GE는 보잉과 에어버스 등 세계 주요 비행기 제조사에 엔진을 공급할 뿐 아니라 상업 비행기와 군사용 헬기 등에 쓰일 차세대 엔진을 개발 중이다. 미국 사법당국은 지난달 26일 지차오췬이라는 중국인 엔지니어를 항공산업 기밀 절도 시도 혐의로 기소한 바 있다.

빌 프리스탭 FBI 부국장은 “미국을 겨냥한 스파이 행위를 중국 정부가 직접 관리 감독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고 말했다. 존 데모스 미국 법무부 차관보는 “이번 사건은 일회성 범죄가 아니라 미국을 희생시켜 중국을 발전시키려는 중국 정부 종합 경제정책의 일부일 뿐”이라며 “우리의 화력(火力)과 지혜의 결과물을 훔쳐 힘들이지 않고 (뭔가를) 얻어내려는 국가를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 외교부는 11일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이 법에 따라 공정하게 처리하고 중국 국민의 합법적 권리를 보장하기를 바란다”며 미국 측이 제시한 쉬옌쥔의 혐의 자체를 부인했다.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은 최근 한 연설에서 “중국이 미국 기술에 대한 싹쓸이 절도를 진두지휘하고 있다”며 “중국이 미국의 지식재산권 도둑질을 끝낼 때까지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중국 산업스파이 기소#ge기밀 접근 중국 안전부 첩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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