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언론-전문가 “비핵화 실질 진전 없었다” 폼페이오 방북 결과에 싸늘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10일 03시 00분


코멘트

“풍계리 사찰, 같은車 두번 팔아먹는 격”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7일 4차 방북을 마친 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생산적이고 좋은 대화를 나눴다”며 “(비핵화 논의에) 진전을 이뤘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 내 전문가와 언론의 반응은 대체로 냉담하다. 미국 내 전문가들은 당파를 가리지 않고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열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을지는 모르겠지만 비핵화와 관련된 실질적인 진전은 없었다고 지적했다.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9일(현지 시간)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폼페이오 장관의 4차 방북은 (2차) 북-미 정상회담의 추진력을 만들어낼 최소한의 결과만 가져왔다”며 “중요한 건 중국과 북한이 요구하던 단계별 행동 대 행동 방식으로 협상의 틀이 전환된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행정부와는 다른 방식으로 비핵화 협상을 이끌겠다’며 단계적 방식이 아닌 일괄타결 방식을 강조해왔다. 하지만 이번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으로 협상 틀이 과거 방식으로 돌아가게 됐다는 것이 차 석좌의 평가다.

차 석좌는 “전문가 검증을 통해 영변 핵시설과 동창리 미사일 기지를 해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북한이 우라늄을 기반으로 한 핵프로그램과 미사일 체계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은 미국에 대한 핵 위협에 아무런 변화도 가져오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군사옵션까지 거론됐던) 지난해 상황을 피하기 위해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협상의 중간단계일 수 있지만, 현재의 협상은 트럼프 행정부가 줄기차게 주장해온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 가능한 비핵화(FFVD)’와는 거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대니얼 러셀 전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는 8일 CNBC방송에 출연해 “폼페이오 장관이 단순히 ‘파티’(2차 북-미 정상회담을 지칭)를 준비하러 간 것인지, 아니면 (북한) 비핵화를 시작하러 간 것인지 파악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곧 열릴 것이라는 긍정적인 신호는 많이 있었던 반면, 비핵화 논의에 대한 실질적인 논의는 없었음을 꼬집은 것이다. 그는 “평화를 위해선 북한이 핵프로그램을 폐기하는 실질적인 행동을 보여야 한다”며 “섣부른 2차 회담은 좋은 전략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를 검증할 참관단을 초청했다는 미 국무부 발표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의견이 제기됐다. 앤드리아 버거 미들베리대 국제학연구소 선임연구원은 9일 NBC에 “북한은 이미 이 장소를 폐기했다. 새로운 시설을 사찰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똑같은 자동차를 미국에 두 번 파는 격이다”라고 비판했다. 애덤 마운트 미 과학자연맹 선임연구원은 8일 뉴욕타임스(NYT)에 “(풍계리 핵실험장) 사찰을 허용한 것은 평양이 대화를 유지하고 싶어 한다는 신호이지만, 그 자체로 중대한 군축 행보는 아니다”라며 “상징에 만족하는 (트럼프 행정부에) 주어진 또 다른 상징적인 행보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북-미가 언론에 공개되지 않는 비공개 채널을 통해서는 더 활발한 논의를 나누며 비핵화에 진전을 보이고 있다는 관측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반응이 나온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7일 CNN에 출연해 “미국 당국자들과 이야기해 보면 ‘막후에서도 획기적인 진전은 없다’는 반응이 나온다”며 “커튼 앞과 뒤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사실 똑같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보수 성향 월스트리트저널(WSJ)은 8일 ‘북한의 아기걸음’이란 제목의 사설에서 “폼페이오 장관은 4차 방북을 마친 뒤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고 강조했지만, 비핵화와 관련된 진전은 별로 없었다”며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을 사찰단에 공개하겠다고 했지만, 이미 북한이 해당 시설을 폐기했다고 밝힌 상황에서 대단한 조치는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한기재 기자 record@donga.com / 워싱턴=박정훈 특파원
#폼페이오 방북#결과에 싸늘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