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창인 박사의 오늘 뭐 먹지?]못난이 아구, 그 반전의 맛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9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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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감포생아귀 생아귀수육. 석창인 씨 제공
수원 감포생아귀 생아귀수육. 석창인 씨 제공
석창인 석치과 원장·일명 밥집헌터
석창인 석치과 원장·일명 밥집헌터
3월 3일은 ‘삼겹살데이’입니다. 5월 5일은 어린이날이자 ‘오겹살데이’가 되고, 8월 8일은 ‘꽈배기데이’라고 하는군요. 그렇다면 5월 9일의 경우 발음을 조금 응용하면 ‘아구데이’가 됩니다. 턱관절 즉, 악관절만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치과도 있는데 병원 전화번호 뒷자리가 ‘5975’입니다. ‘아구’(턱)만 전문적으로 치료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겠지요.

아구의 표준말은 아귀이지만 ‘귀’자가 조금 무섭기도 하고, 발음도 불편해 아구를 더 많이 사용합니다. 반면에 도박을 소재로 한 영화에 ‘아귀’라는 별명을 가진 잔인한 사람이 등장하는데, 만약 ‘아구’라 불렸다면 ‘타짜’ 이미지는 많이 희석되었을 겁니다. 아귀는 동해안과 서해안에서 주로 잡히는 삼세기(삼숙이 혹은 삼식이)와는 종이 다르지만, 인천의 물텀벙과 같은 어종입니다. 둘 다 무섭고 못생긴 걸로는 일가견이 있지만 반전의 맛을 갖고 있지요.

젊은층도 아귀를 많이 찾는데, 포슬포슬한 살과 쫄깃한 내장도 맛있지만 특유의 젤라틴 부위를 좋아한다는군요. 그러나 어르신들은 탕이나 찜보다 수육을 선호합니다. 수육에는 옅은 주황색의 간이 들어 있습니다. 아귀의 간은 일본에서 ‘안키모’라고 해서 고급 푸아그라 이상으로 대우를 해줍니다. 푸아그라는 비릿한 피맛이 강하지만, 아귀의 간은 피맛보다 독특한 풍미가 일품이지요. 아귀 위와 대창 같은 내장도 씹는 질감이 쫀득하여 맛이 좋습니다. 결국 간과 내장을 같이 즐기려면 아무 분칠하지 않은 수육으로 드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고추장이나 고춧가루로 벌겋게 양념하여 버무리면 너무 매워서 속칭 ‘네 맛도 내 맛도’ 아닌 경우가 많습니다. 비싸고 귀한 생아귀를 매운 요리로 먹는 것은 한우 특등급 부위로 양념 불고기를 만들어 먹는 것과 비슷한 경우는 아닐지요.

시인 김종삼은 ‘술국 아귀탕의 추억’이란 시에서 “몇 잔의 소주와 몇 잔의 비애/그리고 또 몇 잔의 적개심/종삼鍾三아구탕집의 아구찜을 어금니로 물어뜯고 뜯으며/씹고 또 씹을 뿐이다”라고 노래했습니다. 군사독재 정권에 대한 적개심과 야유를 아귀에 비유해서 썼다고 합니다. 오늘 저녁은 아귀 집에서 치솟는 아파트값에 대한 절망과 분노를 한번 달래볼까 합니다.

석창인 석치과 원장·일명 밥집헌터 s2118704@naver.com

○ 감포생아귀 경기 수원시 권선구 장다리로 125-1 생아귀수육(소) 6만 원 생아귀찜·탕(소) 4만 원

○ 마산옥 서울 강남구 강남대로152길 9 아귀수육(중) 5만 원 아구찜·탕(소) 3만5000원

○ 오동동아구할매집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아구찜길 13 아귀수육(소) 4만 원 생아귀찜(소) 2만5000원
#아귀#아귀수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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