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우외환 위기 헤쳐나갈 해결사 3인방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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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를 이끄는 사람들]삼성전자

삼성전자는 국내 최대 기업이다. 매출액이나 영업이익 모두 압도적인 1위다. 올해 1분기(1∼3월) 기준으로 국내 상장사 전체 매출과 영업이익에서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각각 13.06%와 36.5%에 이른다. 시가총액 비중도 20%를 웃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삼성전자가 다소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우선 2분기(4∼6월) 실적이 심상찮다. 삼성전자는 이 기간 매출이 58조4827억 원으로 직전 분기보다 3.4% 감소했다. 영업이익도 14조8690억 원으로 4.9% 줄었다. 지난해 2분기(4∼6월)부터 올해 1분기(1∼3월)까지 4개 분기 연속 영업이익 최고 기록을 갈아 치웠던 성장세도 멈춰 섰다. 중국 업체의 추격에 따른 스마트폰과 디스플레이 사업 부진이 발목을 잡았다. 그나마 반도체 사업이 선방했지만 공급 과잉에 따른 가격 하락 전망이 나오고 있어 안심할 수 없는 상태다.

당연히 요즘 삼성전자 대표이사들은 초긴장 상태다. 주춤해진 경영 성적표에 대한 부담감도 있지만 그보다는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미국과 중국 간 무역 전쟁에 따른 글로벌 경기 위축 우려, 엘리엇 등 다국적 투기자본의 지속적인 경영권 공격, 정부와 범여권의 지속적인 압박 등 국내외적으로 넘어야 할 산이 많다.

○ ‘대표’ 선수 3인방

현재 삼성전자 대표이사는 김기남 DS부문장 겸 종합기술원장(사장), 김현석 CE부문장 겸 생활가전사업부장(사장), 고동진 IM부문장 겸 무선사업부장(사장) 등 총 3명.

반도체 사업을 책임지고 있는 김기남 사장은 2분기에 비교적 좋은 경영 성적표를 받아 들었지만 긴장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중국이 정부 차원에서 반도체 사업을 적극 지원하는 상황에서 자칫 잘못하면 시장 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다는 위기감이 크다. 그가 압도적 세계 1위인 메모리반도체는 물론 그동안 삼성전자의 약점으로 꼽혔던 시스템 반도체에 대해서도 대대적인 투자를 추진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전자공학 박사인 김기남 사장은 30년 이상 반도체 사업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반도체 전문가. 특히 반도체 소자 설계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다. 2000년대 들어 반도체 업계가 30, 40나노대 D램 개발 경쟁이 치열했을 때 삼성전자가 확고하게 리딩 기업이 될 수 있도록 주도했다.

김현석 사장은 지난해 말 인사에서 CE부문장, 생활가전사업부장, 삼성리서치 센터장 보직을 받았다. 이어 올해 3월 주총에서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삼성리서치 센터장은 그동안 나눠져 있던 TV와 스마트폰, 소프트웨어 연구소를 통합한 연구개발조직을 총괄하는 자리다. 김현석 사장이 삼성전자의 미래 성장 동력을 찾는 최일선에 서게 됐다는 의미다. 사물인터넷(IoT)과 인공지능(AI) 등을 활용해 가전제품과 스마트폰을 하나의 플랫폼으로 연동시키는 작업도 진두지휘하게 됐다. 그는 TV 전문가다. 삼성전자가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12년 연속 세계 TV 시장 점유율 1위를 지키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스마트폰 사업을 책임지고 있는 고동진 사장은 2분기 실적 발표 이후 절치부심(切齒腐心)하고 있다. 스마트폰 사업 부진이 삼성전자 전체 실적 하락으로 이어졌다.

삼성전자 안팎에서는 고 사장이 9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에서 공개한 ‘갤럭시노트9’과 중저가 모델로 반전의 계기를 마련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2016년 갤럭시노트7 발화 사건 때 보여준 위기 대처 능력이나 갤럭시S8 등 후속 상품 개발 과정에서 나타난 추진력이 발군이라는 평. 국내외 전자업계에서는 그가 조만간 내놓겠다고 공언한 ‘폴더블 스마트폰’이 재기의 발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고 사장은 산업공학을 전공한 공학도 출신으로 삼성전자 개발관리과로 입사했지만 인사팀과 그룹 비서실 인력팀에서도 근무해 ‘정무 감각’이 뛰어나다는 소리를 듣는다.

○ 후방에서 지원하는 ‘곳간지기’

삼성전자 대표이사들이 야전 사령관이라면 최고재무책임자(CFO)인 노희찬 경영지원실장(사장)은 군수지원사령관이라고 볼 수 있다. 그는 삼성전자 지원팀장(부사장), 삼성디스플레이 경영지원실장(부사장) 등을 지낸 재무 전문가다. 삼성그룹이 전통적으로 ‘재무통’을 중시하는 관행을 감안하면 노 사장은 대표이사 못지않은 권한과 책임을 갖고 있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삼성전자가 추진하는 주요 연구개발(R&D) 과제나 인수합병(M&A) 건은 대부분 노 사장 손을 거쳐야 한다. 그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권오현 회장을 대신해 전장(電裝)사업팀도 관장하고 있다. 전장 사업이 대형 M&A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감안한 조치로 풀이된다.


▼완벽주의-노력으로 일군 성공신화 주역▼

대표이사 돕는 회장단-이사회 의장

삼성전자에는 경영 일선에서는 물러났지만 대표이사들을 물심양면으로 도와주는 회장단과 이사회 의장이 있다.

지난해 말 DS부문장, 올해 3월 대표이사직을 각각 김기남 사장에게 물려준 권오현 회장은 현재 종합기술원 회장을 맡고 있다. 그는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을 이끌면서 한국 반도체 산업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기공학박사인 그는 한국전자통신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하다가 미국 삼성반도체연구소로 이직하면서 삼성전자와 인연을 맺었다. 이후 메모리본부 상무, 시스템LSI사업부 사장, 반도체 총괄 사장 등을 거쳤다. 국내 월급쟁이 가운데 가장 많은 보수를 받는 ‘연봉 킹’으로 여러 차례 언론에 소개되기도 했다. 문제가 발생하면 사소한 것도 끝까지 책임 소재를 규명해 삼성전자 임원들 사이에서는 ‘완벽주의자’로 통한다.

윤부근 CR담당 부회장은 현재 삼성전자의 대외활동을 담당하고 있다. 삼성CE부문장과 대표이사로 5년간 일하면서 TV, 냉장고, 에어컨 등 생활가전부문을 진두지휘했다. 울릉도가 고향인 윤 부회장은 울릉수산고를 2학년까지 다니다가 의사가 되겠다는 꿈을 안고 대구 대륜고에 다시 입학해 고등학교만 5년을 다녔다. 하지만 의대 입시에 떨어져 공대에 갔다. 대학 졸업 후 삼성전자에 입사해 통신 분야에서 일하길 원했지만 미국 통신사와의 합작이 깨지는 바람에 TV사업부에 배치되는 등 젊은 시절 많은 좌절을 겪었다. 당시 윤 부회장은 그 모든 어려움을 받아들였다. ‘변화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면 결과가 좋게 나온다’는 생각이었다. 이런 노력은 결국 국내 최대 기업 최고경영자(CEO)와 부회장까지 오르는 결실로 이어졌다.

신종균 인재개발담당 부회장은 삼성전자 스마트폰 ‘갤럭시’ 시리즈의 성공 신화를 만든 인물로 유명하다. 스마트폰 사업이 호황일 때는 성과급이 많아 권오현 회장을 제치고 ‘연봉 킹’에 오르기도 했다. 중소기업인 에코전자와 맥슨전자를 다니다 삼성전자에 경력사원으로 입사해 16년 만인 2000년 임원으로 승진했다. 이후 무선사업부 전무(2004년), 부사장(2006년), 사장(2010년)으로 고속 승진했다. 2013년 3월에는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

이상훈 이사회 의장은 경영지원실장(사장)을 지낸 재무 전문가다. 삼성전자에서 재무 관련 핵심 부서를 모두 거쳤다. 지난해 말 권 회장 등 대표이사 3명과 함께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다른 대표들과 달리 사내이사 자리는 유지하고 있다. ‘승부욕이 강하고 입이 무겁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업무와 관련해서는 깐깐하지만 업무 외적으로는 소탈하다는 게 중론이다.



▼법률통부터 공학박사까지 1등 산파역▼

글로벌기업 순항 힘 보태는 사장단

삼성전자에는 대표이사 3명 외에도 사장급 인사가 여럿 있다. 이들은 웬만한 국내 대기업보다 규모가 큰 사업부나 해외법인 등을 이끌며 글로벌 기업 삼성전자가 순항하는 데 힘을 보태고 있다.

김상균 법무실장은 삼성전자가 국내외에서 휘말리고 있는 법적 분쟁을 총괄하고 있다. 그는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출신으로 2005년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미래전략실 전신)에 영입된 뒤 2014년 삼성전자 법무실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동안 미국 애플, 핀란드 노키아가 제기한 특허소송 등 크고 작은 법적 분쟁에 대응했다.

전동수 의료기기사업부장은 메모리사업부장 등을 거친 반도체 전문가. 삼성전자에서 미래성장동력으로 꼽히는 의료기기사업을 키우라는 특명을 받았다. 삼성전자 자회사인 삼성메디슨 대표도 겸임하고 있다. 삼성SDS 대표도 지냈다.

김영기 네트워크사업부장은 삼성전자가 글로벌 통신사에 공급하는 네트워크 장비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통신공학 박사로 통신 분야에서만 30년 가까이 근무했다. KT, 인텔과 함께 올해 2월 평창 겨울올림픽에서 세계 최초로 5세대(5G) 통신 시범 서비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정현호 사업지원TF장은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인사팀장 출신이다. 지난해 2월 미래전략실 해체로 물러났다가 11월 삼성전자로 복귀했다. 삼성전자 무선지원팀장, 디지털이미징사업부장도 지냈다. 삼성 그룹 내 전자 계열사 간 협업과 시너지를 이끌어내는 ‘설계자이자 조정자’ 역할을 하고 있다.

강인엽 S.LSI사업부장은 전자공학 박사로 모바일프로세서(AP) ‘엑시노스’ 시리즈 등 시스템 반도체 개발 및 판매를 총괄하고 있다. AP는 스마트폰 등 모바일기기에서 두뇌 역할을 하는 반도체. 현재 삼성전자는 엑시노스를 자체 제작하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용으로 주로 공급하고 있지만 판매 대상 기업을 늘리는 게 강 사업부장의 과제이다.

정은승 파운드리사업부장은 삼성전자가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기 위해 시작한 반도체 위탁생산사업을 관할하고 있다. 물리학 박사로 삼성전자 반도체 연구소장을 지냈다.

진교영 메모리사업부장은 전자공학 박사로 D램 분야에서 세계적인 권위자로 통한다. 삼성전자가 2016년 세계 최초로 10나노급 D램을 양산하는 등 미세공정 한계를 돌파했을 때 개발 주역이었다.

한종희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은 TV 개발 부서에서만 30년 가까이 근무한 엔지니어 출신 경영자다. 관련 업계에서는 한 사업부장이 윤부근 CR담당 부회장, 김현석 CE부문장과 함께 삼성전자 TV 세계 1위 신화를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황득규 중국삼성 사장은 삼성전자를 포함해 삼성그룹 계열사의 중국사업 재건을 책임지고 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관련 갈등과 중국 현지 업체들의 추격 등으로 시장 점유율이 급감한 삼성 제품을 다시 중국시장에 안착시키는 것이 당면 목표다.

송진흡 기자 jinhup@donga.com
#삼성전자#삼성전자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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