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거니 뒤서거니 ‘배영 쌍끌이’… “24년만에 사고칩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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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50m 한국신 강지석, 100-200m 최고기록 이주호

올해 나란히 한국 수영 남자 배영 신기록을 세운 50m 기록보유자 강지석(위)과 100m, 200m 기록보유자 이주호가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역영하고 있다. 절친한 사이이자 라이벌인 둘은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에서 한국 선수로는 24년 만의 배영 금메달을 노린다. 진천=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올해 나란히 한국 수영 남자 배영 신기록을 세운 50m 기록보유자 강지석(위)과 100m, 200m 기록보유자 이주호가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역영하고 있다. 절친한 사이이자 라이벌인 둘은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에서 한국 선수로는 24년 만의 배영 금메달을 노린다. 진천=김동주 기자 zoo@donga.com
한국 수영에서 올해 남자 배영이 가장 주목받고 있다. 50m와 100m, 200m 모든 종목의 한국기록이 4월 열린 국가대표선발전에서 한꺼번에 물갈이됐기 때문이다.

50m에서는 강지석(24·전주시청)이 24초93, 100m와 200m에서는 이주호(23·아산시청)가 54초17, 1분57초67의 새 기록을 세웠다. 수영 전 종목을 통틀어 기록이 올해 모두 경신된 종목은 남자 배영이 유일하다.

한 살 차이의 두 선수는 고교 시절부터 각종 대회에서 마주치며 자연스럽게 가까워졌다. 이주호는 “활동 지역이 달라 어렸을 때는 잘 몰랐는데, 자꾸 마주치다 보니 묘한 경쟁심이 생겼고 어느덧 농담도 주고받으며 응원하는 사이가 됐다”고 말했다.

“오늘 경기는 (네가) 형한테 질 것 같다. 울지 말고(웃음).”(강지석)

“봐드릴까요? 오늘 컨디션 너무 좋은데…. (졌다고) 기분 상해하지 마세요.”(이주호)

대회 전 두 사람이 농담처럼 주고받았다던 덕담(?) 중 일부다. 제삼자에게 1등을 내준 일도 수두룩했지만 두 선수는 서로가 서로에게 자극제가 되며 실력을 키웠다.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를 앞두고 9일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만난 배영 국가대표 강지석(오른쪽)과 이주호. 진천=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를 앞두고 9일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만난 배영 국가대표 강지석(오른쪽)과 이주호. 진천=김동주 기자 zoo@donga.com
20대 중반까지 최고라 불리기에 2% 부족했던 두 선수가 배영에서 국내 최강으로 우뚝 선 과정도 닮았다. 2015년부터 국가대표 경계선을 오간 이주호는 지난해 9월 황혜경 국가대표 코치를 만나 피나는 웨이트트레이닝으로 몸이 근육질로 바뀌며 힘이 붙었다. 이후 100m와 200m에서 각각 한국기록을 2번 세우며 ‘기록 제조기’로 떠올랐다. 강지석도 지난해 훈련하는 클럽을 옮긴 뒤 ‘그걸 왜 못해’라는 소리보다 ‘넌 할 수 있어’라는 말을 많이 들으며 자신감이 부쩍 올랐다. 두 선수는 “이전까지 스스로 ‘선수’라 말하기 힘든 시기였다. 마음 잘 맞는 선생님을 만난 뒤 기록이 좋아졌고 선수로서의 목표도 커졌다”고 입을 모았다.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를 앞두고 강지석은 올해 4월 생애 첫 국가대표가 됐다.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처음 한배를 탄 두 사람의 시너지는 상당하다. 한 공간에서 노하우를 공유하고 서로에게 본보기가 되며 하루하루 기량을 끌어올리고 있다.

“국가대표는 주호가 선배잖아요. 몸 관리법, 페이스 조절 방법 이런 것도 편하게 물어보며 배워요. 주호의 후반 레이스는 환상적이에요.”(강지석)

“힘들어서 쉬고 싶을 때도 있는데 옆에서 지석이 형이 훈련하는 거 보면 그런 생각도 싹 사라져요. 지석 형의 스타트, 턴, 돌핀킥 기술은 제가 배우고 싶어요.”(이주호)

그럼에도 누가 한 수 위냐는 질문에는 입을 모아 “제가 한 수 위”라며 “아시아경기에서 제대로 붙어보자”고 티격태격하는 ‘진짜 라이벌’이다. 강지석은 배영 50m와 100m에, 이주호는 배영 50m와 100m, 200m에 각각 출전할 예정이다.

9일 현재까지 아시아 선수 기준 강지석의 50m 기록은 중국 쉬자위(23)의 24초75에 이은 2위, 이주호의 100m, 200m 기록도 1위(쉬자위)와 근소한 차이로 5, 6위에 올라 있다. 지난 대표선발전에서 강지석은 50m에서 개인기록을 약 0.5초 끌어올렸고 이주호도 1년도 안 돼 100, 200m 개인기록을 1∼2초 끌어올렸다. 최근 페이스라면 아시아경기에서 지상준 이후 24년 만의 배영종목 금메달도 노려볼 만하다.

“4월에 처음 국가대표에 뽑히고 감정이 복받쳐 단상에서 엉엉 울기만 했어요. 아시아경기에서 1등 해서 이번엔 활짝 ‘웃고’ 싶습니다(웃음).”(강지석)

“1년 사이에 2초 가까이 기록을 끌어올린 제 기량은 아직 ‘진행형’이에요. 하던 대로 하면 메달도 따라올 거라 믿어요(웃음).”(이주호)
 
진천=김배중 wanted@donga.com·임보미 기자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강지석#이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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