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사자 군단’ 눕히고… “우리가 진짜 사자”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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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전골 ‘슈퍼마리오’ 만주키치, 잇단 부진 씻고 원톱 자존심 회복
동점골에 결승골 도운 페리시치도 통산 4골 쏘며 우승 기대감 높여

페리시치

“이것은 기적이다. 오늘 밤 우리는 사자 같았다.”

‘삼사자 군단’ 잉글랜드를 무너뜨린 건 크로아티아의 ‘슈퍼마리오’ 마리오 만주키치(32·유벤투스)의 결정적 한 방이었다. 팀의 주 공격수인 만주키치는 12일 잉글랜드와의 러시아 월드컵 준결승 연장 후반 3분 극적인 역전골을 성공시키며 2-1 승리를 이끌었다.

이 경기 전까지 단 1골만을 넣어 최전방 공격수로서 자존심을 구겼던 그는 가장 절실할 때 결승골을 넣으며 활짝 웃었다. 승부차기가 유력시되던 경기 막판 상대의 수비라인이 느슨해진 틈을 타 뒤 공간을 파고들었고 이반 페리시치(29·인터밀란)의 백 헤딩 패스를 받아 왼발 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만주키치는 예기치 않은 한 방에 멍하니 고개를 숙인 잉글랜드 선수들 앞에서 보란 듯이 사자후를 토하며 골 세리머니를 펼쳤다.

만주키치는 2012∼2013시즌 당시 바이에른 뮌헨(독일) 소속으로 트레블을 달성하는 등 클럽 무대에선 잘나갔지만 국가대표로서는 이렇다 할 활약이 없었다. 자신의 첫 월드컵이었던 2014년 브라질 대회는 큰 아쉬움으로 남았다. 만주키치는 지역 예선에서 경고 누적으로 본선 첫 경기인 브라질과의 개막전에 출전하지 못하고 팀의 1-3 패배를 지켜봐야 했다. 만주키치는 이후 2경기에서 2골을 넣었지만 팀은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그런 그가 이제 슈퍼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도 이루지 못한 월드컵 우승 트로피에 도전한다. 만주키치는 “오직 우리 같은 위대한 팀만이 잉글랜드를 상대로 용감하게 싸울 수 있다. 결승전에서도 우리는 똑같이 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평소 감정을 크게 드러내지 않고 ‘노 굿(no good·쓸데없는)’이라는 표현을 즐겨 사용해 ‘미스터 노굿’으로도 불리는 만주키치는 러시아와의 8강전을 앞두고 자신의 고향 슬라본스키브로드의 팬들에게 2만5000쿠나(약 450만 원)어치 맥주를 선물하는 등 이번 대회를 즐기는 모습이다.

페리시치의 활약도 빛났다. 후반 23분 왼발로 공의 방향을 바꿔놓는 감각적인 슛으로 동점을 만든 페리시치는 연장 후반에는 절묘한 백 헤딩 패스로 만주키치의 결승골을 도우며 경기 최우수선수(MOM)로 선정됐다. 프랑스와의 결승전에서도 크로아티아 역대 월드컵 통산 득점 2위(4골)인 두 선수의 발끝에 전 세계 팬들의 이목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러시아 월드컵#크로아티아#마리오 만주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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