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 활용 車서비스, 서울 교통난 해소”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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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社 보일 이사, 서울시에 조언
출퇴근 악몽 해결에 최적 서비스
차량내 주차료 정산-빈민가 통학 등 커넥티드카 공공적 가치 주목을

미국 비자에서 커넥티드카 관련 기술 개발을 지휘하는 올라비시 보일 이사는 “커넥티드카를 통해 더 많은 장애인들이 편리하게 이동하고 빈부격차를 완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비자 제공
미국 비자에서 커넥티드카 관련 기술 개발을 지휘하는 올라비시 보일 이사는 “커넥티드카를 통해 더 많은 장애인들이 편리하게 이동하고 빈부격차를 완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비자 제공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거주자들은 출근하는 데만 1시간 가까이 걸립니다. 세계적으로 흔한 일이 아니죠. 사람들은 이 시간을 보다 의미 있게 쓰고 싶어 할 겁니다. 차 안에서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커넥티드카가 서울에서 발전 가능성이 큰 이유입니다.”

전 세계 200여 개 나라에서 전자결제 플랫폼을 제공하는 업체인 미국 비자에서 커넥티드카 기술 개발을 총괄하는 올라비시 보일 이사. 최근 방한해 기자와 만난 보일 이사에게 특별히 한국에서 유망한 서비스가 뭔지 물었다. 그는 지체 없이 수도권의 긴 통근시간과 극심한 교통체증을 언급했다. 도로에서 버리는 시간이 많은 만큼 이 시간을 유용하면서도 재미있게 보내고 싶은 수요가 많을 것이라고 했다.

그런 수요가 늘어날수록 커넥티드카 상용화는 앞당겨지고 구현하는 서비스도 다양해진다. 커넥티드카는 자동차가 통신망을 이용해 다른 자동차 및 신호등 같은 교통 인프라와 실시간 교신하며 움직인다. 내비게이션도 단순히 길 안내만 하는 게 아니라 운전자가 선호하는 맛집을 제안한 후 자율주행으로 데려가는 식으로 활용 범위가 넓어진다. 완전한 커넥티드카를 구현하려면 안정적인 이동통신망을 바탕으로 여러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이 융합돼야 한다. 보일 이사는 “세계적인 ICT 역량을 갖춘 한국은 커넥티드카 개발을 선도할 국가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는 “서울 같은 대도시들은 커넥티드카가 실현할 수 있는 공공적 가치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자는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차량 내 주차료 정산 프로그램을 실험 중이다. 주차장에서 자동차 주차 시간과 요금이 자동으로 계산되고 운전자는 주차장을 나갈 때 차에서 내릴 필요가 없어진다. 보일 이사는 “노약자나 장애인 등 거동이 불편한 운전자가 주차료를 내기 위해 차량 밖으로 나올 필요가 없고 차량 밖으로 나갔다가 폭행, 강도 등을 당할 우려도 사라진다”고 말했다.

보일 이사는 미국 내 여러 도시를 돌며 자율주행기술을 탑재한 커넥티드카로 빈민가에 사는 학생들을 교육 여건이 좋은 지역의 학교로 태워주는 서비스를 논의하고 있다. 그는 “이에 대한 요금을 시가 부담하는 식으로 저소득층 자녀가 학교나 병원을 가는 것을 돕는 복지 서비스를 만든다면 빈부격차 완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가치를 깨닫고 서울시도 ICT를 활용한 첨단 차량 서비스 개발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의 바람과는 달리 서울시에서 ICT 기반의 차량 이용 서비스는 아직 제자리걸음이다. 지난해 카풀 앱(응용프로그램) 1위 업체인 풀러스가 이용 가능한 시간을 늘리려고 했지만 서울시와 국토교통부가 막아선 게 대표적이다. 당시 규제 완화의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했던 김태호 풀러스 대표는 지난달 사임했고 회사는 인력의 70%를 줄였다. 우버는 3월경 기존 택시와 우버 차량을 모두 이용할 수 있는 공생형 서비스를 서울시에 제안했지만 별다른 성과는 없었다.

미국, 유럽뿐만 아니라 동남아 도시에서도 급성장 중인 카풀 서비스가 유독 서울에서 정체된 것은 택시 등 기존 업체들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기 때문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서울시가 적극적으로 ICT 기반 차량 서비스 활용을 추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지금처럼 시간을 끌다가는 일반 시민의 이동 편의성 증대, 새 일자리 창출, 다양한 공공 서비스 구현 등 세 마리 토끼를 다 놓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ict#교통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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