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사고 억울한 쌍방과실 줄인다… 내년부터 손해액 산정방식 변경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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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충남의 한 신도시 교차로에서 신호를 기다리던 운전자 A 씨는 황당한 사고를 당했다. 직진 차로 맨 앞에서 대기하던 A 씨는 파란불이 켜지자 직진을 하려고 교차로로 들어섰다. 그런데 바로 오른쪽 차로에 있던 운전자 B 씨가 신호를 어기고 좌회전을 하면서 A 씨 차량 앞부분을 들이받았다.

A 씨는 아무런 잘못이 없는데도 보험사로부터 피해 금액의 30%를 부담해야 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B 씨와 상대편 보험사가 “A 씨도 주의를 제대로 살피지 않은 책임이 있다”고 우겼다. 법원 판례도 A 씨에게 불리하다는 보험사의 설명을 듣고 A 씨는 ‘울며 겨자 먹기’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내년부터 A 씨처럼 본인 잘못이 없는데도 자동차 사고 피해를 부담하고 보험료도 할증되는 일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자동차 사고에서 가해자에게 100% 책임을 묻는 사고 유형을 늘리기로 했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손해보험협회는 이르면 내년 1월부터 자동차 사고가 발생할 때 가해자와 피해자 간에 손해액을 나누는 산정 방식을 바꾸기로 했다고 11일 밝혔다.

지금은 자동차 사고가 나면 대부분 피해자도 일부 책임을 지는 식으로 자동차 사고 과실 비율을 산정하고 있는데 피해자가 억울하지 않도록 산정 방식을 개선한다는 것이다.

보험사는 고객이 교통사고를 낼 때 손해보험협회의 과실 인정 기준에 따라 구체적인 사고 내용을 고려해 가해자와 피해자 간 부담할 피해액 비율을 정한다. 차량 간의 사고 57개 유형 중 가해자에게 100% 책임을 묻는 유형은 교차로 신호대기 중 추돌을 당하는 등 피해자의 무과실이 명백한 9개 유형뿐이다. 피해자 대부분이 별다른 잘못이 없어도 손해 비용을 일부 부담하고 있다는 의미다.

그렇다 보니 과실 산정 방식에 대한 소비자 불만도 급증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과실 산정 관련 민원은 2013년 393건에 불과했지만 4년 만에 8배가 넘는 3159건으로 뛰었다.

이에 따라 금융위는 앞으로 가해 운전자에게 100% 책임을 묻는 사고 유형을 5∼10개 추가할 예정이다. 과실 비율 산정법 개선안에 따르면 직진 차로에서 무리하게 좌회전을 하다 사고를 낸 운전자는 현재 과실 비율이 70%지만 앞으로는 100% 책임진다.

같은 차로에서 주행하던 차가 가까운 거리에서 달리던 앞차를 급히 추월하다 사고를 내면 지금은 가해자 과실 비율이 80%지만 앞으로 100%로 높아진다. 또 자전거를 타고 자전거 전용도로를 달리던 사람이 전용도로를 침범한 차량에 치이면 지금은 10% 책임지지만 앞으로 0%가 된다.

이와 함께 1차로형 회전 교차로를 달리다 빠져나가려던 운전자가 진입하는 차량과 충돌하면 지금은 과실 비율이 40%지만 20%로 줄어든다.

앞으로는 차량 사고의 피해자가 가해자와 같은 보험사에 가입돼 있어도 손해보험협회 내 분쟁조정기구에서 조정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지금은 같은 보험사에 가입돼 있으면 구상금을 제대로 주고받을 수 없고 보험사의 결정에 일방적으로 따라야 할 때가 많다. 금감원 관계자는 “분쟁 금액이 50만 원 미만인 피해자들은 워낙 소액이라 절차를 거치기엔 효율적이지 못해 분쟁 신청조차 못 했지만 이제는 피해자들의 편의를 위해 분쟁을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쌍방과실#교통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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