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 간판’ 리수용-리용호 대신 김계관… 北, 직책낮춘 담화로 대미비난 수위조절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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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계관, 강석주 사망후 전면서 사라져 와병설도… 과거 6자회담 베테랑

북한이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의 입을 통해 미국에 경고 메시지를 전한 것도 눈길을 끈다. 김 제1부상은 올해 한반도 대화 국면에서 처음 등장했기 때문이다.

김계관은 2016년 북한 외교의 수장으로 꼽혔던 강석주 전 노동당 국제담당비서가 사망한 뒤 북한 외교 간판이 ‘리수용-리용호’로 대체되며 모습이 잘 보이지 않았다. 와병설까지 돌았다. 그러다 갑자기 16일 담화를 통해 “대화 상대방을 심히 자극하는 망발들이 마구 튀어나오고 있는 것”이라며 “나는 미국의 이러한 처사에 격분을 금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북한이 리수용 당 국제부장과 리용호 외무상이 아닌 그보다 직책이 낮은 김계관을 내세웠다는 것은 미국을 비난하면서도 수위 조절을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향후 대미 회담에 나설 ‘리수용-리용호’ 대신 외교 일선에서 한발 물러선 듯한 김계관을 내세운 것. 10여 년 전 6자회담의 북측 대표였던 김계관을 앞세워 “이전 행정부들이 써먹던 케케묵은 대조선 정책안을 그대로 만지작거리고 있다”고 트럼프 행정부를 비판한 것은 결국 새로운 트럼프-김정은식 통 큰 양보를 강조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일각에선 김계관이 이번 성명을 계기로 향후 대미 협상 과정에 본격적으로 관여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미가 합의문 문구를 조율할 때 ‘대미 협상 베테랑’인 김계관이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남성욱 고려대 행정전문대학원장은 “김계관은 과거 6자회담 당시 단어 하나 넣는 것을 놓고서도 3박 4일간 힘겨루기를 할 정도로 노련한 인물”이라며 “김계관의 등장은 향후 북-미 협상이 간단치 않을 것임을 예고한다”고 말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김계관#북한#비핵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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