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 연금술사처럼 친환경 플라스틱 개발 계속”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17일 03시 00분


코멘트

친환경 바이오 플라스틱 소재 업체 ㈜에이유 한정구 대표

한정구 에이유 대표가 15일 경기 평택시 청북읍 본사 사무실 한쪽에 마련된 제품 전시실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한 대표는 
“석유화학 소재를 대체하는 친환경 분해성 바이오 플라스틱 대중화가 곧 환경을 살리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에이유 제공
한정구 에이유 대표가 15일 경기 평택시 청북읍 본사 사무실 한쪽에 마련된 제품 전시실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한 대표는 “석유화학 소재를 대체하는 친환경 분해성 바이오 플라스틱 대중화가 곧 환경을 살리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에이유 제공
친환경 바이오 플라스틱 소재 개발업체 ㈜에이유의 한정구 대표(50)는 요즘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중국의 쓰레기 수입 중단 조치로 최근 플라스틱 폐기물 처리가 국가적인 과제로 떠오르면서 주문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에이유는 밀, 옥수수, 콩 등의 껍질이나 왕겨 등 천연원료를 이용해 친환경 바이오 플라스틱 소재를 만든 뒤 이를 원료로 플라스틱 포장재나 비닐, 쇼핑백, 위생백 등을 생산하는 녹색 기업이다.

한 대표가 130억 원을 투자해 공장을 추가로 건설할 계획이라는 소식에 그를 찾는 벤처캐피털도 늘고 있다. 15일 경기 평택시 청북읍 에이유 평택공장을 찾았을 때에도 한 회계법인이 기업가치 평가를 위해 실사를 벌이고 있었다. 현장에서 만난 에이유의 개인주주 손구호 ㈜모뉴먼트컴퍼니 대표는 “바이오 플라스틱에 꽂혀 지난해 7월 투자했다”고 말했다.

바이오 플라스틱은 짧은 기간에 분해된다는 점에서 석유화학 소재 일반 플라스틱 대체용으로 각광받고 있다. 바이오 플라스틱은 크게 생분해성 플라스틱과 바이오매스 플라스틱으로 나뉜다. 생분해성 플라스틱은 전분 등 천연 소재를 주성분으로 만든다. 흙이나 물속에 있는 미생물에 의해 분해된다. 바이오매스 플라스틱은 일반 플라스틱 재료(폴리에틸렌이나 폴리프로필렌)와 천연소재(녹말, 콩 등의 껍질, 왕겨 등)를 합성한 다음 산화분해제를 첨가해 제조한다. 문제는 두 원료가 각각 석유와 물을 함유한 탓에 잘 섞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 대표는 이에 대한 해결책을 찾아냈다. 천연 소재를 아주 잘게 분쇄한 다음 표면을 개질해 합성하는 데 성공한 것.

한 대표가 바이오 플라스틱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1994년 독일에 의류를 수출한 국내 업체가 현지에서 의류 포장지를 다시 수거해 왔다는 언론 보도를 접하고 나서다. “독일의 환경 규제 때문이었는데, 우리나라도 그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봤습니다.”

한 대표는 미 8군을 퇴직한 후 받은 퇴직금을 밑천 삼아 1996년 말 서울 을지로에 위치한 건물 지하에 27m² 규모의 사무실을 얻어 사업을 시작했다. 포장재 제조업체 ㈜남경케미스트리의 출발이다. 2003년 바이오 플라스틱 개발에 성공한 뒤 2005년 5월 에이유를 다시 세웠다.

에이유는 연금술사 연합(Alchemist Union)의 약자로, 플라스틱 및 고분자 분야 전문가가 모여 있다는 의미다. 에이유는 중세 연금술사들이 그토록 만들기 원했던 금의 원소기호(Au)이기도 하다. 중세기 연금술사들처럼 친환경 바이오 플라스틱 개발을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는 결의가 담겨 있다.

에이유가 생산하는 생분해성 플라스틱은 농업용 멀칭(mulching) 필름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농작물을 재배할 때 경지 토양의 표면을 덮어주는 데 사용하는 멀칭 필름은 그동안 폴리에틸렌 필름 소재 제품만 있었다. 분해되지 않아 수거해야 하는 불편이 컸지만 에이유 제품은 그럴 필요가 없어 노동력이 덜 든다. 또 분해된 뒤 토질 개선 효과도 있다.

한 대표는 생분해성 플라스틱 개발을 위해 이론적 기반을 다지려 2010년 한국산업기술대(산기대)에 진학했다. 지난해 박사 과정까지 끝낸 상태다. 한 대표를 지도한 박승준 산기대 생명화학공학과 교수는 “생분해성 플라스틱은 기존 플라스틱에 비해 가격이 비싼 게 단점이었는데 한 대표는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만하다”고 말했다.

에이유는 2015년 중국 선양에 법인을 설립했다. 당시는 중국 정부가 환경오염 방지를 위해 옥수수 부산물을 불태우지 못하게 하면서 지방 정부에서 골머리를 앓고 있던 상황이었다. 천연 소재의 안정적 공급처를 찾고 있던 에이유로서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였다.

에이유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은 94억6500만 원, 영업이익은 7억6000만 원. 올해 매출 목표는 340억 원이다. 한 대표는 “예정대로 올해 중 아산공장을 완공하면 내년부터 매출은 1000억 원 이상으로 급증할 것”이라면서 “환경 보전에 앞장서는 기업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평택=윤영호 기자 yyoungho@donga.com
#에이유#한정구#플라스틱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