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자본 본색… 연예계 투자 넘어 경영권 쥔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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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가요기획사 첫 중국인 대표

최근 이사회에서 한국인 대표이사가 해임되고 중국인이 대표이사에 취임한 연예기획사 ‘판타지오뮤직’ 소속 가수 여성 그룹 ‘위키미키’. 판타지오뮤직 제공
최근 이사회에서 한국인 대표이사가 해임되고 중국인이 대표이사에 취임한 연예기획사 ‘판타지오뮤직’ 소속 가수 여성 그룹 ‘위키미키’. 판타지오뮤직 제공

국내 유명 가요기획사의 대표이사가 중국인으로 교체되는 첫 사례가 나왔다. 이에 따라 중국의 입김이 한국 대중문화계의 자본을 넘어 경영권까지 잠식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한한령(限韓令) 해금 분위기가 이런 우려를 더 높인다.

아이돌그룹 ‘위키미키’ ‘아스트로’ ‘헬로비너스’와 가수 옹성우를 보유한 중견 가요기획사 판타지오뮤직의 우영승 대표가 14일 사직서를 제출했다. 앞서 판타지오뮤직 이사회는 11일 우 대표에게 해임을 통보했으며 신임 대표이사는 중국인 푸캉저우로 전격 교체됐다. 푸캉저우는 판타지오뮤직의 모회사인 ‘판타지오’ 웨이제 대표의 비서실장으로 알려졌다. 가요계 일각에서는 한국 음악계 경험이 전무한 중국인 대표가 경영에 직접 나선 데 대한 반발이 커지고 있다.

판타지오뮤직에 소속돼 있는 위키미키는 엠넷 ‘프로듀스 101’ 출신 걸그룹 연습생 김도연 최유정이 소속된 그룹. 옹성우는 ‘프로듀스 101 시즌2’ 출신 스타 그룹 ‘워너원’ 멤버다. 판타지오뮤직은 연예기획사 ‘판타지오’의 음악 부문을 맡은 회사다. 앞서 지난해 12월에는 모회사 격인 판타지오의 나병준 대표도 이사회에서 해임됐다. 판타지오는 2016년 중국 투자집단인 ‘JC그룹’의 한국지사인 골드파이낸스코리아가 50.07%의 지분을 인수했다.

한국연예매니지먼트협회(연매협)는 “현행법상으로 대중문화예술기획업을 하려면 이 업종에 4년 이상 종사해야 한다”며 판타지오 임원 구성에 불법적 요소가 있는지 확인 중이다. 판타지오의 웨이제 대표와 푸캉저우 사내이사 모두 이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게 가요계의 주장이다.
최근 이사회에서 한국인 대표이사가 해임되고 중국인이 대표이사에 취임한 연예기획사 ‘판타지오뮤직’ 소속 가수 남성 그룹 ‘아스트로’. 동아일보DB
최근 이사회에서 한국인 대표이사가 해임되고 중국인이 대표이사에 취임한 연예기획사 ‘판타지오뮤직’ 소속 가수 남성 그룹 ‘아스트로’. 동아일보DB

중국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막강한 자본을 내세워 한국 연예업계 진출을 호시탐탐 노려 왔다. 배우 김윤석 유해진이 소속된 연예기획사 심엔터테인먼트도 2016년 중국 화이브라더스 미디어에 인수돼 사명을 ‘화이브라더스코리아’로 변경했다. 화이브라더스코리아는 7월 유정훈 전 쇼박스 대표를 영입해 중국 자본으로 만든 투자배급사 ‘메리크리스마스’를 설립할 예정이다. 역시 중국 대형 연예기획사인 웨화 엔터테인먼트는 스타쉽 엔터테인먼트와 협약을 맺고 최초의 한중 합작 걸그룹 ‘우주소녀’를 데뷔시킨 데 이어 위에화 엔터테인먼트코리아를 설립해 매니지먼트 사업에 뛰어들었다. ‘프로듀스 101 시즌2’ 출신의 ‘형섭×의웅’이 여기에 속해 있다.

또 다른 중국 대형 엔터테인먼트 기업 아이디어뮤직엔터테인먼트(iMe)도 지난해 iMe코리아를 설립하고 첫 작품으로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첫 내한 공연을 성사시켰다. iMe코리아는 배우 봉태규 등을 영입해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중국 자본에 의한 경영권 상실에 대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CJ E&M의 한 관계자는 “중국 자본의 지분이 높으면 한국 연예인들의 활동에 관한 의사결정권 등 사실상 경영권을 가질 수 있어 판타지오와 비슷한 사례가 더 나올 수 있다”며 “수면으로 드러난 것 이상으로 중국의 자본과 경영권 장악 시도가 많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 중견 가요기획사의 이사는 “사드 보복 조치로 인한 한한령으로 중국 투자가 무산되면서 사업을 아예 포기하게 된 연예 제작자도 있을 정도로 절박한 업체가 많다”고 했다.

반면 국내 한 대형 영화 투자배급사 관계자는 “소재가 거의 고갈된 국내 영화계에 외부 자본 유입은 장르 다양화 쪽으로 긍정적 역할을 할 수도 있다”면서 “다만 자본 의존도가 과도하게 높아지거나 자본에 상응하지 못하는 낮은 퀄리티의 작품만 양산되는 상황은 우려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임희윤 imi@donga.com·김민 기자
#판타지오뮤직#위키미키#중국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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