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공무원, 비바람 뚫고 보스턴 마라톤 우승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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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세 고교 사무직원 가와우치
한때 선수생활… 매일 2시간 달려


“보스턴 마라톤은 세계 최고 대회잖아요. 제 인생 최고의 날입니다.”

17일 열린 보스턴 마라톤에서 남자부 1위에 오른 가와우치 유키(31·일본)는 기쁜 나머지 눈물을 흘리며 우승 소감을 밝혔다. 추운 날씨에 강풍이 불고 비까지 내리는 악조건 속에서 2시간15분58초로 결승선을 통과해 2시간18분대를 기록한 2, 3위 선수를 멀찌감치 따돌렸다. 일본인의 보스턴 마라톤 우승은 1987년 세코 도시히코(62) 이후 31년 만이다.

가와우치는 ‘공무원 마라토너’로 유명하다. 그의 직업은 일본 사이타마(埼玉)현의 한 고교 사무직 공무원. 초등학교 1학년 때 육상에 재능을 보여 엘리트 선수 코스를 밟던 그는 고교 시절 부친을 여의고 부상 등을 겪자 실업팀 입단 대신 공무원 취업을 택했다.

하지만 가와우치는 육상의 꿈을 놓지 않았다.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매일 2시간의 가벼운 조깅, 주2회 집중훈련을 게을리하지 않고 꾸준히 대회에 참가했다. 2009년 첫 마라톤 풀코스 도전에서 2시간19분26초를 기록한 가와우치는 2011년 도쿄 마라톤 3위에 올랐다.

한국과 인연도 깊다. 2011년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 참가한 가와우치는 2013 서울국제마라톤 겸 제84회 동아마라톤에서 개인 최고기록(2시간8분14초)으로 4위에 올랐다. 이듬해 인천 아시아경기에서는 동메달을 차지했다.

앞서 올해 1월 미국 매사추세츠주에서 열린 마시필드 마라톤에 참가했던 그는 영하 20도의 강추위 속에도 2시간18분59초로 우승하기도 했다. 통산 76번째 ‘2시간20분 이내’ 기록으로 미국의 더그 커티스(66)가 1994년 세운 이 부문 최다기록(75회)도 깨뜨렸다. 이날 보스턴 마라톤에서 ‘월계관’을 쓰며 기록행진(77회)도 이어가게 됐다.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보스턴 마라톤#가와우치 유키#공무원 마라토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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