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작년 대선 나흘전 수사의뢰… 檢 5개월뒤 무혐의 처분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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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원 댓글 여론조작 파문]드루킹 정치활동 어디까지


“대선 득표율을 보니 하루 쉴 틈도 없이 곧바로 달려야 할 것 같다.”

문재인 정부 비방 댓글을 쓰고 추천수를 조작한 혐의로 수감 중인 김모 씨(49·온라인 닉네임 ‘드루킹’)가 지난해 5월 9일 대선 당일 트위터에 올린 글이다. 그는 이어 “내년 지방선거 때 TK(대구경북)를 제외한 모든 곳에서 승리해야 문재인 정권이 하고 싶은 일을 제대로 할 수 있다”며 자신만의 ‘정국 구상’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 출범 전후 도대체 어떤 일을 한 것일까.

○ 대선 직전 선관위 “수사 의뢰”, 檢 대선 뒤 “무혐의”

김 씨는 올해 1월 불법 매크로 기능을 이용해 문재인 정부를 비방하는 댓글을 달았다. 그런데 이미 지난해 3월 김 씨 등 인터넷 카페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 회원 2명에 대한 제보가 선관위에 접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때부터 각종 정치 관련 활동을 벌여왔다는 것이다. 그리고 대선 나흘 전 선관위는 불법선거 운동 혐의로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선관위는 김 씨 등이 경기 파주 ‘느릅나무 출판사’ 건물에서 조직적 댓글 작업을 벌인 정황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대선 직후인 지난해 10월 검찰은 김 씨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고양지청 관계자는 “증거불충분으로 내사 종결한 사건이다. 당시 수사 상황은 민주당과 연결점이 없었다”고 밝혔다. 김 씨의 e메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압수수색 영장은 법원에서 기각됐다고 한다. 그러나 야권에서는 “검찰이 소극적으로 봐주기 수사를 한 것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 드루킹, “온라인 점유율=대통령 지지율”

김 씨는 2016년 중반 문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김경수 의원을 접촉한 뒤, 지난해 대선에서 경공모 회원을 동원해 문 대통령 지지운동을 벌였다. 김 씨는 김 의원 외에도 다른 문재인 캠프 안팎의 인사를 접촉했다. 김 씨는 대선을 10여 일 앞둔 지난해 4월 26일 “문캠에서 느껴지는 여유, 승리에 대한 확신에서 나오는 여유로운 느낌이 정말 좋다”는 감상을 남겼다. 자신이 (SNS상으로) 동원할 수 있는 인원이 최대 25만 명이라는 글도 썼다.

민주당 관계자는 “여러 의원들에게 영향력을 과시하고 다녔다. 드루킹을 모르는 사람도, 아는 사람도 없다고 보면 된다”고 했다. 김 씨는 2016년 20대 국회의원 선거 당시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 선거캠프 자원봉사자에게 돈을 건넨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벌금 600만 원을 선고받기도 했다.

대선 후에도 페이스북과 트위터, 경공모 활동 등으로 온라인 지지율, 여권 안팎 동향에 폭넓은 관심을 보였다. 그는 “새 법무장관으로 전해철 의원이나 선대위 법률지원팀에서 일했던 신현수 변호사(현 국가정보원 기조실장)가 검토되면 괜찮겠다” “청와대 실세가 윤건영(국정상황실장)”이라는 등 청와대와 내각 동향에 대한 글을 올렸다. 대선 후 활동도 댓글과 무관치 않다. 그는 ‘온라인 여론점유율=대통령 지지율’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온라인에서 지면, 오프라인에서도 지는 것이다. 여론은 곧 기사에 달린 ‘베스트 댓글’”이라며 “이 말을 여러 차례 해도 정치인은 알아듣지 못하더라”고 했다. 그는 2월 “요즘 네이버 엉망진창인데, 자 이제 기지개 좀 켜고 네이버 청소하러 가볼까”라고 썼다. 스스로를 ‘엔젤(수호천사)’이라고 칭했다.

○ “온라인 지지자, 미안하지만 큰 부담”

문 대통령과 여권은 그동안 온라인상 ‘문팬(문 대통령 극성 지지층)’의 공격적 자세에 대해 소극적으로 대응해왔다는 평가가 있다. 문 대통령 역시 지난해 4월 경선 당시 불거진 일들의 ‘문자폭탄’ 공격에 대해 “우리의 경쟁을 더 흥미롭게 만들어주는 양념 같은 것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여권 안팎에서는 “문팬들이 여권의 확장성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 대통령의 복심 양정철 전 비서관은 저서 ‘세상을 바꾸는 언어’에서 “온라인 지지자들은 무척 고마운 분들이었지만, 극히 일부는 지지성향이 다른 네티즌들에게 배타적 폐쇄성을 드러내기도 했다. 미안한 얘기지만, 한편으로 큰 부담이었다”고 말한 적이 있다.

장관석 jks@donga.com·김동혁·전주영 기자


#여론조작#더불어민주당#드루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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