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비리 후폭풍에 닫힌 은행 취업문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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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하반기 2000여명 뽑았지만
KB국민-신한-KEB하나은행 올해 상반기엔 채용계획 “없음”
공동 가이드라인 마련 빨라야 6월… 은행권 취업준비생 혼란 불가피

최근 채용 비리 수사를 받고 있는 시중은행들이 올해 상반기(1∼6월) 채용 일정을 아예 잡지 못하거나 채용 규모를 예년에 비해 축소하고 있다. 은행권에 몰아닥친 채용 비리 한파에 취업준비생들이 된서리를 맞는 모습이다.

15일 은행권에 따르면 주요 은행 가운데 우리(200명), IBK기업(170명), NH농협(350명), Sh수협(70명) 등 4곳만 상반기 정규직 신입 행원 공채에 나섰다. 일찌감치 채용 비리 정황이 드러났거나 해당 이슈에서 비켜난 은행들이다.

반면 채용 규모가 상대적으로 큰 KB국민은행 KEB하나은행은 채용 비리 관련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채용 계획을 세우지 못했다. 신한은행은 최근 채용 일정을 조율하던 도중 임원 자녀 특혜 채용 의혹이 불거져 사실상 상반기 채용이 물 건너갔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상반기 채용에 나서려면 늦어도 이달 안에 공고를 내야 하는데 검찰 수사 등에 대응하느라 채용을 준비할 여력이 없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가 청년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과제로 꼽으면서 은행권은 지난해 하반기(7∼12월)에만 2000명이 넘는 신입 행원을 뽑았다. 올해도 이런 분위기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했던 취준생들은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또 채용 비리 여파로 채용 절차를 바꾸는 작업이 진행돼 은행들은 구체적인 채용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 전국은행연합회는 시중은행의 채용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은행권 채용 절차 모범규준(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있다. 은행들의 의견을 취합해 이르면 6월 최종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채용 비리 여파로 은행이 원하는 인재상에 따라 유연하게 직원을 뽑던 채용 과정이 경직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 우리은행은 11년 만에 필기시험을 부활하고 채용 전 과정을 외부 전문업체에 위탁했다. 기업은행도 필기시험의 모든 문항을 객관식으로 만들고 면접 심사위원 절반을 외부 전문가로 채우기로 했다. 은행 관계자는 “필기시험처럼 객관성을 높이는 정량 평가에만 주력하면 필요한 인재를 뽑기 어려울 수 있다”고 토로했다.

일부 은행은 그동안 채용 과정에서 적용한 우수 고객 추천, 지방 출신 우대 등의 관행이 비리로 간주될 수 있어 고심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방대학 출신에 가산점을 주거나 핀테크 강화에 따라 이공계 출신을 우대하는 규정을 바꿔야 하는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취준생들도 혼란에 빠졌다. 대학생 김모 씨(24)는 “당장 상반기부터 일부 은행이 자격증을 기재하라고 했다. 다른 은행도 전형을 바꿀 수 있어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성모 기자 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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