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키우랴… 노부모 모시랴… ‘더블케어’ 시달리는 5060세대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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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셋은퇴硏, 2001명 설문
“자녀-노부모에 월수입 20% 사용”… 손주 뒷바라지 ‘트리플 케어’ 눈앞

서울 동대문구에 사는 주부 김모 씨(58)는 노후를 위해 모아둔 자금을 자녀 결혼비용으로 쓸 계획이다. 김 씨는 “아들딸 2명이 성인이지만 취업 전까지는 생활비도 대며 뒷바라지해야 한다”며 “시부모님께 드리는 용돈까지 감안하면 부부의 노후자금을 모을 겨를이 없다”고 말했다.

한국의 50, 60대가 성인 자녀를 뒷바라지하면서 동시에 노부모까지 부양해야 하는 ‘더블 케어’의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실업과 고령화가 심화되면서 더블 케어 상황에 처한 중년층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이들이 경제력이 부족한 자녀를 대신해 손주 뒷바라지까지 책임져야 하는 ‘트리플 케어’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12일 미래에셋은퇴연구소에 따르면 50, 60대의 34.5%는 성인 자녀와 노부모를 동시에 부양하는 더블 케어족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12월 전국 50∼69세 성인 남녀 200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다.

더블 케어 중년층이 자녀와 노부모의 생활비로 한 달에 쓰는 돈은 총 118만 원으로 한 달 수입(562만 원)의 20.4%로 조사됐다. 노부모 간병비까지 더하면 월수입의 30.2%인 170만 원을 매달 지출했다.

중장년층에 가장 큰 부담은 부모에게 의지하는 ‘캥거루족’ 자녀들이었다. 50, 60대 더블 케어족은 매달 자녀 생활비로 평균 76만 원을 썼다. 목돈까지 포함하면 이들의 부담은 더 커졌다. 이들은 자녀 학자금으로 3140만 원, 결혼자금으로 3336만 원, 주택자금으로 6380만 원을 보탰다. 자녀 결혼과 내 집 마련 비용까지 더할 경우 총 1억5000만 원가량을 지원한 것이다.

특히 60대는 월평균 소득이 539만 원으로 50대(589만 원)보다 적었지만 노부모 부양비용은 131만 원으로 50대(114만 원)보다 많았다. 고령층일수록 노부모 부양 부담도 커진 것이다.

‘황혼 육아’로 경제적 부담이 커진 중년층도 늘어나는 추세다. 심현정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연구원은 “맞벌이 가구의 증가로 지금의 50, 60대는 손주까지 돌보는 ‘트리플 케어’도 각오해야 한다”며 “황혼 육아 중인 50, 60대의 30%가량만 자녀에게서 월평균 55만 원 정도의 양육비를 받는다”고 말했다.

더블 케어의 부담을 낮추기 위해서는 노후 준비를 서두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연구소 측은 강조했다. 어린이 펀드 등에 미리 가입하고 부모님의 생활비, 연금, 보험 현황을 사전에 파악해두는 것도 필요하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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