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文정부에 직접 감사 표시… “남북교류 대책 세워라”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2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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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대화 급물살]김여정 일행 訪南결과 보고

김여정 팔짱 끼고… 김영남 손 잡고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가운데)이 한국을 방문하고 평양으로 
돌아온 고위급 대표단으로부터 12일 활동 내용 등을 보고받았다며 노동신문이 13일 전한 모습. 최휘 국가체육지도위원회 위원장,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정은,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왼쪽부터)이 
다정스레 포즈를 취했다. 김여정은 오빠 김정은의 팔짱을 꼈고, 김정은은 김영남의 손을 잡았다. 사진 출처 노동신문
김여정 팔짱 끼고… 김영남 손 잡고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가운데)이 한국을 방문하고 평양으로 돌아온 고위급 대표단으로부터 12일 활동 내용 등을 보고받았다며 노동신문이 13일 전한 모습. 최휘 국가체육지도위원회 위원장,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정은,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왼쪽부터)이 다정스레 포즈를 취했다. 김여정은 오빠 김정은의 팔짱을 꼈고, 김정은은 김영남의 손을 잡았다. 사진 출처 노동신문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13일 평창 겨울올림픽에 참가한 북한 선수단, 응원단 등 300여 명이 아직 남아있는 상황에서 남북 대화 기조를 발전시키기 위한 구체적인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지난달 1일 신년사 발표 후 전개하고 있는 평창 드라이브를 넘어 남북 간 교류 확대를 구체적이고 강하게 내비친 것이다.

○ 김정은, 한국에 이례적 감사 표시까지

김정은은 이날 김여정 등 고위급 대표단의 한국 방문 결과를 보고받고 “이번 올림픽 경기대회를 계기로 북과 남의 강렬한 열망과 공통된 의지가 안아온 화해와 대화의 좋은 분위기를 더욱 승화시켜 훌륭한 결과들을 계속 쌓아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고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그러면서 남북교류 발전에 대한 실무대책을 세우라고 지시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신문은 또 “김여정 동지는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남측 고위인사들과 접촉 정형(상황), 이번 활동기간에 파악한 남측의 의중과 미국 측의 동향을 자상히(상세히) 보고했다”고 전했다. 2011년 12월 집권한 뒤 북한 땅을 벗어난 적이 없는 김정은이 여동생을 통해 서울과 평창에서 파악한 문 대통령과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의 동향을 보고받았다는 것. 이어 신문은 “(김정은이 김여정의 보고에) 만족을 표시했고 남측이 우리 측 성원들의 방문을 각별히 중시하고 온갖 성의를 다하여 노력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하면서 사의(謝意)를 표했다”고 전했다. 김정은이 공개적으로 한국에 감사를 표한 것은 2011년 12월 김정일 사망 당시 이희호 여사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방북 조문에 사의를 표한 후 처음이다.

이런 내용은 노동신문 1면 톱기사로 실렸다. 10일부터 나흘 연속 남북교류 기사가 노동신문 1면을 장식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김정은이 평창을 계기로 한반도에서 주도권을 쥐어보겠다는 의지가 그만큼 강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김정은이 진짜로 대화 기조를 이어가려는 것인지, 아니면 국제사회의 제재 국면을 잠시 벗어나려는 것인지는 지난달 고위급회담의 결과물 중 하나인 남북 군사회담을 열어봐야 알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 정부 관계자는 “군사회담에서 북한이 4월 한미연합 군사훈련의 무조건 중단이나 연기를 막무가내로 요구한다면 다시 남북, 한미 관계가 복잡한 상황에 빠져들 수 있다”고 말했다.

○ 靑, “속도조절하되 남북, 북-미 대화 원샷 추진”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미국의 태도 변화에 대해 “미국이 ‘최대압박(maximum pressure)’과 함께 ‘관여(engagement)’ 정책을 취하겠다고 밝힌 것을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펜스 부통령이 평창 개회식을 마치고 11일(현지 시간) 워싱턴포스트 인터뷰에서 “북한이 대화를 원한다면 우리는 대화할 것이며 이게 최대 압박과 관여 정책”이라고 말한 것을 언급하면서다.

청와대는 남북대화와 북-미 대화를 병행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는 데 집중할 방침이다.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인도적 교류로 남북관계의 물꼬를 트고 비핵화 협상으로 나가려는 구상이었지만 이젠 한 테이블에 다 놓고 협의하면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청와대는 미국의 반응이 아직 유동적인 만큼 속도를 조절하며 신중한 태도를 유지할 방침이다.

한편 정부는 14일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를 열고 북한의 평창 겨울올림픽 참가 지원을 위한 남북협력기금의 집행 규모를 정할 예정이다. 본보 확인 결과 23억 원이 기금에서 나갈 것으로 보인다.

황인찬 hic@donga.com·문병기·신나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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