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실세 여동생’ 南에 보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2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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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정, 평창 北고위대표단 포함
9일 訪南, 10일 문재인 대통령 만날듯… 김일성 일가 남한 오는 첫 사례
美의 제재 대상 올라… 논란 예고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평창 공세’가 우리 사회의 상상을 뛰어넘고 있다. 자신의 여동생인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사진)을 7일 평창 겨울올림픽 고위급 대표단에 포함시키며 ‘백두혈통(김일성 일가)의 첫 방남’을 전격 발표한 것. 김정은이 가장 가까운 ‘혈족 대리인’을 보내면서 김여정을 매개로 문재인 대통령과 김 위원장 간의 간접 남북대화가 이뤄질지 주목된다. 문 대통령은 김여정 등 북한 고위급 대표단을 10일 청와대에서 접견할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이날 오후 평창 올림픽에 참가하는 고위급 명단을 통보해 왔다고 통일부가 밝혔다. 앞서 4일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단장으로 보내겠다고 알려온 북한은 이날 김여정과 국가체육지도위원장인 최휘 당 부위원장, 남북 고위급회담단장인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 등 대표단 3인의 명단을 보내왔다. 이번 북측 대표단은 역대 방남한 북측 대표단 가운데 가장 무게감이 있다. 2014년 인천 아시아경기 폐회식 때 찾아온 ‘실세 3인방’(황병서 최룡해 김양건)보다 상징성이 크다. 당시 3인방의 방문은 당일치기였지만 이번 대표단은 9∼11일 2박 3일간 한국에 머문다.

정부 관계자는 이날 김여정의 방남에 대해 “관련 직책과 다른 외국 정상의 가족들이 축하 사절단으로 파견되는 사례도 함께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여정과 최휘는 지난해 1월 북한 인권 문제로 미국의 독자제재 대상에 올라 있어 초청 과정에서 한미 간 조율이 필요해 보인다. 여기에 최휘는 지난해 6월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 이후 채택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2356호 제재 대상이라 그의 방남을 위해서는 유엔의 제재 일시유예가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북한은 올림픽 개막 전날인 8일 건군절 기념 열병식을 대대적으로 가질 예정이어서 김여정 등의 방한 수용을 두고 북-미 간, 한미 간 마찰음이 이전보다 고조될 개연성도 없지 않다.

물론 평창 이후 전개될 수 있는 미국의 ‘코피 작전’(제한적 대북 선제타격)을 감안해 김정은이 여동생 편으로 북핵 이슈에 대한 입장을 문 대통령에게 전달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청와대 관계자는 7일 “김여정은 노동당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기 때문에 (한반도 긴장 완화와 관련해) 상당한 재량권을 갖고 내려온다고 볼 수 있다”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한편 문 대통령은 8일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의 방한을 시작으로 김여정이 돌아가는 11일까지 나흘간 평창 외교의 분수령을 맞게 된다. 8일 오후 펜스 부통령과 만찬회동을 가진 뒤 9일에는 북-미 대표단이 모두 참여하는 평창 올림픽 개회식과 사전 리셉션에 참석한다.

북한은 7일 오전 경의선 육로를 통해 응원단 229명, 기자단 21명, 태권도시범단 26명, 김일국 체육상을 비롯한 민족올림픽위원회(NOC) 관계자 4명을 한국에 보냈다. 북측 응원단이 방문한 것은 2005년 인천 아시아육상선수권대회에 124명이 온 뒤 13년 만이다. 이날까지 평창 올림픽과 관련해 한국에 온 북측 인사는 569명이다.

황인찬 hic@donga.com·문병기 기자
#김정은#김여정#평창올림픽#남북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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