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보다 작은 플라스틱의 습격, 마시는 물도 안심할 수 없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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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에 들어온 미세플라스틱

국립환경과학원 연구원들이 2일 싱크대에 설치된 직수형 정수기로부터 물을 받고 있다. 이 물을 필터에 걸러 적외선 분광기를 비추면 미세플라스틱 존재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다행히 이날 발견되지 않았지만 9∼11월 수돗물 정수장을 조사한 결과 일부에서 미량의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 연구원이 욕조에서 연수기를 통과한 수돗물을 유리병에 담고 있다(작은 사진).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국립환경과학원 연구원들이 2일 싱크대에 설치된 직수형 정수기로부터 물을 받고 있다. 이 물을 필터에 걸러 적외선 분광기를 비추면 미세플라스틱 존재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다행히 이날 발견되지 않았지만 9∼11월 수돗물 정수장을 조사한 결과 일부에서 미량의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 연구원이 욕조에서 연수기를 통과한 수돗물을 유리병에 담고 있다(작은 사진).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아기를 키워본 부모라면 기저귀를 갈아주려다 변에서 작은 플라스틱 조각을 발견해 본 적이 있기 마련이다. 아기가 실수나 호기심으로 삼킨 장난감 조각 등이 하루 이틀 지나 그대로 나온 것이다. 하지만 미세먼지만큼 아주 작은 플라스틱이라면 어떨까.

겨울이 오면서 미세먼지 걱정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미세한 오염물질은 그뿐만이 아니다. 미세플라스틱(microplastics)은 입자 크기 5mm 미만의 플라스틱으로 초미세먼지(PM2.5·지름 2.5μm 이하인 입자)보다 더 작은 것도 있다.

○ 생활 주변에 미세플라스틱 배출원 상존

2일 국립환경과학원 연구원들이 5L 유리병 3개를 들고 서울 여의도의 한 아파트 가정을 찾았다. 이곳 수돗물에 미세플라스틱이 있는지 점검해 보기 위해서다. 화장실 수도의 일반 수돗물, 욕실 연수기의 연수, 부엌 정수기의 정수 등 3가지를 분석했다.


과학원은 가져간 물을 1.2μm 여과지에 걸러 광학현미경으로 입자를 찾은 뒤 적외선 분광기로 플라스틱 존재 여부를 확인했다. 미세플라스틱은 나오지 않았다. 이원석 상하수도연구과장은 “정상적인 정수 과정을 거쳤다면 나오지 않아야 맞다”고 말했다.

하지만 환경부가 올 9∼11월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서울, 인천, 경기 용인 등 정수장 3곳에서 미세플라스틱이 나왔다. 원수장에서는 나오지 않았는데 오히려 정수처리 후 검출된 곳도 있었다. 이 과장은 “다른 작업 중 들어갔거나 공기 중에 떠다니던 미세플라스틱이 들어갔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흔히 미세플라스틱은 바다나 하천에만 존재한다고 알고 있지만 플라스틱 제품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쉽게 미세플라스틱을 마주할 수 있다. 타이어가 구를 때, 인조잔디를 밟을 때, 합성섬유를 털 때, 플라스틱 관으로 물이 흐를 때, 음료의 플라스틱 뚜껑을 열 때 모두 미세플라스틱이 떨어져 나온다. 실제 환경부가 먹는 샘물 6종을 조사했더니 1종에서 뚜껑으로부터 떨어진 것으로 보이는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

올해 7월 목포해양대 연구진이 1차 배출원의 발생량을 토대로 추산한 ‘한국의 미세플라스틱 추정 배출량’ 연구에 따르면 한국 인조잔디 850만 m²에서 나오는 플라스틱 입자는 3200∼5400t이고, 전국 차량 타이어에서 나오는 입자는 4만9600∼5만5300t으로 추산된다.

○ 플라스틱 덜 써야 하는데…

인체 유해성은 국내외적으로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다. 하지만 플라스틱의 성질상 체내에 흡수되면 미세먼지만큼 광범위하고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박준우 안전성평가연구소 미래환경연구센터장은 “플라스틱 조각은 주변 오염물질을 흡착하는 성질이 있어 체내에 들어가면 이런 물질들이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기존 연구에 따르면 성인이 길이 25μm 미세플라스틱 900여 개가 들어있는 홍합을 하루 225g 먹을 때 1개 정도의 미세플라스틱이 흡수된다. 흡수율이 0.1% 정도지만 평소 수많은 플라스틱을 접하는 점, 다른 음식에도 함유됐을 가능성을 생각하면 총량은 결코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에서 현재까지 조사를 통해 주로 검출한 미세플라스틱 크기는 100∼300μm이다. 해양수산부 산하 한국해양과학기술원 홍상희 연구위원은 “100μm 미만 입자는 검출이 복잡하고 어려워 실태 파악이 어려운 실정”이라고 전했다. 이원석 과장은 “미세플라스틱 위험을 줄이려면 2015년 기준 3억2000만 t에 달하는 전 세계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는 것이 최선”이라며 “일상생활에서도 흡수량을 줄이려면 일회용품 사용을 자제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 미세플라스틱 바다에만 있는 줄 알았더니…

― 합성섬유 옷을 털 때
― 인조잔디 위에 앉거나 누웠을 때
― 굴러가는 자동차 타이어 가까이 있을 때
→ 공기 중으로 배출돼 흡입할 수 있음
 
― 플라스틱병 음료의 뚜껑을 딸 때
― 정수기의 관이나 여과장치가 플라스틱일 때
→ 물속으로 유입돼 마실 수 있음
#미세플라스틱#생활 속 미세플라스틱#수돗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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