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김현수]1990년대생 집중 분석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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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수 산업부 기자
김현수 산업부 기자
‘1990년대생들은 대체 어디서 뭘 하는 걸까?’

갑자기 궁금해졌다. 지난달 미국 럭셔리 백화점 바니스 뉴욕의 레아 김 부사장을 인터뷰하던 중이었다. 김 부사장은 “18∼34세 영(young) 고객을 바니스로 이끄는 게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어디서 많이 듣던 소리다. 국내 백화점, 대형마트, 화장품, 패션기업 등 유통·소비재 기업이 한결같이 하는 말이었다. 세련된 감각으로 글로벌 브랜드라면 누구나 입점하고 싶어 하는 바니스마저 젊은 고객에게 목말라할 줄은 몰랐다. 기업의 새로운 마케팅 타깃인 ‘영 고객’들은 어디서 뭘 하고 있는 걸까.

기자는 이미 그 범위를 벗어나버렸다. 1990년대생은 특히 멀다. 기자가 다니는 백화점이나 식당, 헬스클럽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이들을 집중 탐구해 보기로 결심했다.

1990년생 A 씨는 백화점 회사에 다닌다. 어디서 쇼핑하는지 묻자 “솔직히 해외 직접구매(직구) 사이트에서 산다”고 했다. 1994년생 B 씨는 퇴근 후 “친구들과 에어비앤비로 숙소를 잡고 요리하며 논다”고 했다. 1993년생 신입사원 C 씨는 “소셜미디어에서 만난 동호회 사람들과 함께 운동한다”고 말했다. 서로가 서로의 ‘퍼스널 트레이너’가 되어준다.

무엇보다 이전 세대와 다른 점은 정보를 얻는 방법이었다. 해외여행을 떠나기 전 40대는 책을 사고, 30대는 포털 카페나 블로그를 참고한다. 20대는 유튜브나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정보를 찾는다. 궁금한 것은 영상으로 검색하고 자기 경험도 영상으로 공유하는 게 자연스럽다고 한다. 인스타그램에서 맛집 정보를 찾고 옷도 산다. 소셜미디어는 소통의 장, 정보의 창구, 상거래 플랫폼으로 확장 중이었다.

해외에서는 1990년대 중반에 태어난 이들을 Z세대, 혹은 아이(i)제너레이션이라고 부른다. 1980년대 이전에 태어난 X세대, 1980년대 초반∼1990년대 초반생인 Y세대(밀레니얼 세대)에 이어 등장했다. 스마트폰과 함께 자라난 진정한 디지털 원주민이다.

Z세대는 2, 3년 전부터 기업과 경영학계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다. 선거권이 생겼고, 막 사회로 나오기 시작했다. 마케팅 측면에선 새로운 소비 집단으로서 연구 대상이다. 기업 조직 측면에선 이질적인 X, Y, Z세대가 어떻게 어우러져 일할지 관심이 높다. 미국 경영 저널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는 “Z세대는 권위 있는 사람보다도 소셜미디어 친구를 더 신뢰한다. 이들과 소통하는 법을 알아야 한다”고 했다.

국내외 기업은 Z세대에게 다가가기 위해 애쓰고 있다. 샤넬 같은 럭셔리 기업도 패션쇼를 열면 참석자에게 소셜미디어에 사진을 올릴 때 써달라고 특정 해시태그를 알려준다. 동일한 해시태그로 풍부한 콘텐츠가 검색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패션기업 관계자는 “요즘 점포를 개설할 때도 인스타를 확인해야 한다. 많이 오르내리는 장소가 명당자리”라고 말했다.

2005년 본보는 1990년대생을 ‘디지털 키즈’라 명명하고 기획 시리즈를 보도한 적이 있다. 데이터 전송료가 비싼 시절에도 이미지 문자를 주고받아 엄마아빠에게 통신비 폭탄을 안겨줬던 그들. 그들이 새롭게 만들어갈 세상이 기대된다.
 
김현수 산업부 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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