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강정마을 구상권 철회’ 주도… 野 “불법시위에 면죄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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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인 ‘강정마을 구상권 철회’를 이행할 대략적인 로드맵을 우여곡절 끝에 마련했지만 최종 실행까지는 갈 길이 멀다.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 등 여권은 시위를 주도한 시민단체 등을 상대로 한 정부의 구상권 청구 자체를 ‘전 정권의 적폐’로 보고 공약 이행을 주장하는 반면, 자유한국당은 “법치를 무너뜨리는 행위”라고 반발하고 있다. 또 ‘적폐청산 vs 법치구현’이라는 프레임 싸움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

○ 청와대 주도로 “구상권 철회” 강행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한국당 정태옥 의원 등 여야 의원들이 국무조정실로부터 11일 입수한 자료와 보고받은 내용 등에 따르면 정부가 잠정 중재안을 도출하기까지 논의 자체도 순탄치가 않았다.

박근혜 정부 때 “불법행위로 발생한 혈세의 손실을 충당하자”면서 구상권 청구 태스크포스(TF)팀까지 만들어 소송을 수행해 오던 해군과 국방부로선 갑자기 소송을 철회하라는 건 ‘자기부정’ 행위였다. 해군 내부에선 “대법원까지 시위대의 행위를 불법이라고 유죄로 확정 판결한 사안에 대해 명분 없이 철회하는 것은 무리”라는 의견이 나왔고, 국가 소송을 담당하는 법무부 일각에서도 “앞으로 불법시위는 어떻게 관리할 것이냐”는 우려가 있었다.

공사 지연에 따른 국가의 손실액이 명확하게 나와 있는 점도 논의의 걸림돌이었다. 2010년 1월 공사가 착공됐지만 반대 시위 등으로 2011년 1월부터 2012년 2월까지 14개월간 공사가 중단됐고, 이 때문에 시공사인 삼성물산은 해군 측에 손실비용 360억 원을 요구했다.

대한상사중재원의 중재로 물어줘야 할 돈이 251억 원으로 줄긴 했지만, 이 또한 정부가 고스란히 국민 세금으로 부담해야 했다. 이에 해군은 이 중 34억 원은 공사를 방해한 시위대 등 121명과 5개 시민단체에 책임이 있다고 보고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해군의 반대 기류에도 청와대와 여당의 구상권 철회 의지는 강했다. 제주 해군기지 건설 사업은 노무현 정부 때 기획·확정됐지만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건설이 이뤄졌고, 당시 야당이던 민주당은 강정마을 시위대를 오랫동안 직간접으로 지지해 왔다. 여기에다 문 대통령은 대선 당시 “해군의 구상권 청구 소송은 철회하고 사법처리 대상자는 사면하겠다”고 공약을 한 터였다.

결국 해군의 소극적인 참여하에 청와대와 국무조정실의 주도로 잠정안이 도출됐다. 내용은 △시민단체 등은 불법행위에 대해 정부에 사과하고 △향후 진행될 공사에서 방해 행위를 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하면 △해군이 구상권을 철회한다는 것이다.

○ 野 “법과 원칙을 적폐로 규정, 신적폐”

강정마을 주민과 시민단체 일각에선 이런 중재안을 놓고서도 “정당한 행위에 대해 사과할 수 없으니 조건을 달지 말고 구상권을 철회하라”는 주장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정부나 여권에선 시위대를 설득하기 위한 방안으로 “강정마을의 10년 평화운동을 기념할 재단이나 행사 등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또 문 대통령이 공약한 ‘특별사면’까지도 협상의 조건으로 거론되고 있다.

정치권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한국당 정 의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폭력과 불법시위로 국책사업을 방해하고 떼를 쓴 것에 대해 정부가 면죄부를 주는 격”이라며 “과거 정부가 집행해온 법과 질서를 모두 무시하고 적폐로 몰고 있는 것이 바로 신적폐”라고 비판했다. 앞서 홍준표 대표는 대선 후보 때 “제주도민이 아닌 이해관계가 없는 종북 집단들이 도민을 선동하고, 국책사업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는 것에 대해서 관용하지 않겠다”며 구상권 철회를 반대했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강정마을#구상권 철회#문재인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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