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강정마을 구상권 철회로 법치도 혈세도 포기할 건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12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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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공사 지연으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에 대한 국가 구상권(求償權) 행사를 철회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해군은 2006년 3월 강정마을 대책위 소속 주민과 시민단체가 해군기지 건설사업을 저지해 14개월간 공사가 지연되면서 발생한 추가비용 275억 원을 시공사에 물어줬다. 그 뒤 이 중 34억 원은 시위대에 배상 책임이 있다며 서울중앙지법에 구상권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정부는 시위라는 주민의 정당한 권리 행사에 대해 구상권을 행사하는 것 자체가 무리라며 시위대의 사과와 재발 방지를 조건으로 이달 안에 철회 결정을 내리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 시위가 주민의 정당한 권리 행사이기는 하나 불법 시위까지 정당한 권리 행사는 아니다. 강정마을회 등이 소속된 제주해군기지 저지 범도민대책위 관계자들은 특수공무집행방해 및 일반교통방해 등의 혐의로 줄줄이 대법원까지 유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공사 지연금은 국민 혈세로 메워진 것으로 정부가 당연히 행사해야 할 구상권을 철회하는 것은 법치의 포기나 다름없다. 향후 유사한 일이 발생할 경우 나쁜 선례가 될 수 있다.

과거 정부 조치 중 불법적인 것이 있다면 새 정부에서 관련자를 기소하거나 징계하고 바로잡을 수 있다. 그러나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과정에 어떤 불법도 없었다. 해군기지는 문재인 대통령이 비서실장과 민정수석을 한 노무현 정부 때 건설이 확정됐다. 그럼에도 더불어민주당은 공사가 진행된 이명박 박근혜 정부 시절 내내 공사에 반대했다.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로 나온 문 대통령은 유세차 제주에 가서 구상권 철회를 약속하더니 이제 그 약속을 실행하겠다고 한다.

강정마을은 주민 여론조사에서 56%가 해군기지 건설에 찬성해 주민과의 마찰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해군기지 입지로 선정됐다. 그럼에도 반대 시위가 격렬해진 것은 주로 마을 외부에서 유입된 시위꾼들 때문이다. 그들은 마을 주민과 군을 이간시키고 불법 시설물을 세워 행정대집행을 막았다. 결국 해군기지가 완공되고 불법 시위자에 대한 법원의 유죄 판결이 내려지자 그때부터는 사면과 구상권 철회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법치를 무너뜨리는 온정은 공권력의 정당한 행사를 방해해 또다시 시민들의 불편과 손해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강정마을#강정마을 구상권 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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