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혁신성장’ 멀리 있지 않다, 규제부터 풀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12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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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첫 회의를 주재하며 “신산업 분야는 일정 기간 규제 없이 사업할 수 있도록 ‘규제 샌드박스’를 도입하겠다”고 말했다. 또 “창업과 신산업 창출이 이어지는 혁신 생태계를 조성하겠다”며 “신기술·아이디어를 가진 젊은이들이 자유롭게 창업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의 발언은 결국 4차산업혁명위가 규제 혁파의 첨병이 돼야 한다는 의미다. 지난달 장병규 위원장은 “4차산업혁명위는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을 민간이 주축이 돼 심의, 조정하는 자문기구”라고 설명했지만 단순한 자문기구여서는 곤란하다. 규제 개혁을 바라는 산업현장의 절절한 목소리를 정부에 전달하고 실제로 4차 산업혁명 추진을 위해 가시적인 규제개혁을 이뤄내는 정책 주체로 기능해야 한다.

창업 걸림돌을 없애겠다는 정부 방침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지만 규제개혁의 방점이 중소·벤처기업 창업과 신산업 분야에만 찍힌 것은 아쉽다. 스타트업만 키우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다. 그런데도 대기업 투자가 필요한 원격의료나 드론산업은 여전히 규제에 묶여 글로벌 경쟁에서 밀리고 있다. 미국 일본에선 민간기업이 의료, 금융과 관련한 개인정보를 활용해 다양한 ‘빅데이터’ 관련 사업을 창출하고 있다. 개인정보보호법에 막힌 한국에서는 엄두도 못 낼 일이다. 더구나 ‘온라인 게임 셧다운제’처럼 국내 기업에만 적용되고 외국 기업에는 적용되지 않는 ‘역차별 규제’까지 존재하는 상황에서 온전한 4차 산업혁명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분야와 업종을 구분하지 않는 광범위한 규제개혁이 필요하다. 이참에 ‘규제프리존법’이나 ‘서비스산업발전법’ 처리도 추진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은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피할 수 없는 선택이지만 갈 길이 아직 멀다. 현대경제연구원이 분석한 4차 산업혁명 기반산업의 기술비교에서 미국은 99.8점, 유럽연합(EU)이 92.3점인 데 비해 한국은 77.4점에 그쳤다. 기존 제조업의 경쟁력이 약화되는 상황에서 이 간극을 줄이지 못하면 정부가 목표로 하는 내년 3% 경제성장은 달성하기 어렵다. 4차 산업혁명이 혁신성장의 주체가 되기 위해선 얽힌 규제부터 풀어달라는 산업현장의 목소리를 정부가 귀담아들어야 한다.
#문재인#4차산업혁명위원회#장병규#4차 산업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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