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은/장규태]바이오연구에 공중보건의 배치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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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규태 한국생명공학연구원장
장규태 한국생명공학연구원장
1991년 설립된 중국 의료기기업체 마인드레이는 6개월마다 신제품을 출시한다. 보통 2년 정도가 평균적인 의료기기 출시 주기인 것을 고려하면 6개월은 굉장히 짧은 기간이다. 우선 기본적인 기능을 갖춘 제품을 내놓고 기기를 사용해 본 의사들의 의견을 반영해 제품의 완성도를 높여가는 게 마인드레이의 성공 전략이다.

미국의 한 시장조사기관이 2014년 발표한 ‘스타트업 실패 20가지 이유’ 중 시장 수요의 부재가 42%로 1위에 꼽혔다. 연구개발을 추진하는 여러 목적이 있으나 궁극적으로는 고객이 원하는 것을 만들어야 한다. 바이오산업의 주된 고객은 환자와 병원이다. 바이오산업에서 연구개발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선 병원과의 유기적 협력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경제적 이유 등으로 의사들의 연구 선호도가 낮아 의사과학자가 부족한 실정이다. 벤처기업 등에서는 의사와 협력을 추진할 창구가 전무하다. 이 문제 해결 방안으로 국가적 차원의 바이오 출연연구기관에 공중보건의를 배치할 것을 제안한다.

연간 1500명 정도의 공중보건의가 신규로 모집돼 현재 3500명 정도가 현역 공중보건의로 근무하고 있다. 공중보건의는 의료 분야 전문성을 갖추고 있어서 공중보건의의 출연연구기관 배치는 기초 연구와 임상 간의 연계 부족이라는 바이오 연구개발의 죽음의 계곡(Death Valley)을 극복하는 일석이조의 대안이 될 수 있다.

두 번째로 벤처·중소기업을 지원하는 출연연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 바이오벤처의 경우 제품 판매를 위해서는 병원과 환자의 수요를 파악하는 것이 필수적이지만 의료현장의 의견을 들을 방법이 없다. 따라서 의료법 관련 정보 및 환자와 병원의 수요에 대해 전문성을 갖춘 공중보건의를 벤처·중소기업 컨설턴트에 합류시키면 벤처 창업의 성공 확률을 높여나갈 수 있다.

마지막으로, 바이오산업 육성을 위한 필수 인력으로 의사과학자를 육성해야 한다. 의사들이 연구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인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할 연구 성과가 나올 수 있다. 실제 미국의 경우 1964년부터 의사과학자 양성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매년 170명의 의사과학자를 배출하고 있고 최근 15년간 14명의 노벨상 수상자가 나왔다.

바이오기술은 개발까지 오랜 기간이 걸리는 고위험 분야이지만, 인류의 삶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분야인 만큼 우수 성과 창출을 위한 다각도의 노력이 필요하다. 공중보건의의 전문성을 십분 발휘하여 수요자 맞춤형 연구개발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하루속히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장규태 한국생명공학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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