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은/슈테판 아우어]총선이후 독일의 새 연정, 韓獨관계에 기여할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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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테판 아우어 주한 독일대사
슈테판 아우어 주한 독일대사
9·24 독일 총선은 3가지 주요 결과를 낳았다. 첫째, 대연정을 구상했던 양대 정당의 부진이다. 기독민주-기독사회 연합(CDU-CSU)과 사회민주당(SPD) 모두 득표율이 크게 떨어졌지만 여전히 의회 제1당과 제2당의 지위를 지키고 있다. 둘째, 주요 정당 외에도 자유주의 성향의 자유민주당(FDP)과 극우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의회에 입성하면서 연방의회는 4당에서 6당 체제로 변모했다. 셋째, AfD의 약진에서 보듯 기존 정치에 대한 불만이 상당하다는 점이다.

주한 독일대사로서 필자는 이번 선거가 세계 파트너로서의 독일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짚어보고자 한다. 곧 수립될 새 정부의 구성은 두 가지 연정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두 연정 모두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이끌 것이다. 이는 세계무대에서 독일의 역할이 지속성을 가질 것이란 뜻이다. 기민-기사 연합과 사민당의 대연정을 이어가는 것도 가능하지만, 이는 선거날 밤 사민당 측에서 그 가능성을 일축한 바 있다. 다른 하나는 기민-기사연합과 자민당, 녹색당이 함께하는 ‘자메이카 연정’인데, 이 경우에도 다른 외교정책을 추구하지는 않을 것이다. 두 연정 옵션에 고려 대상인 정당 모두 친유럽 성향이며 유럽연합의 강화를 지지한다.

아시아는 오래전부터 독일이 대외정책에서 공을 들이는 지역이다. 세계무역 강화, 기후 보호, 디지털사회 발전, 테러 퇴치,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규모의 이주 물결 등 이슈들이 아시아 지역에서 특히 부각되고 있다. 이 공통과제는 독일과 아시아 파트너들이 함께 해결할 수밖에 없다. 안보정책 부문의 최대 현안은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인데, 이 문제 해결을 위해선 국제사회의 공동 대응이 절실하다. 독일은 이 문제와 관련해 굳건하게 한국 편에 서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7월 독일 방문을 통해 양국 협력을 강화할 문을 열었다. 독일 총선과 새 연방정부는 이 문을 더 활짝 열어젖힐 거라 기대한다. 양국은 공통점이 많다. 제조업 비중이 높으며 수출 주도의 경제산업 구조를 갖고 있다.

중요한 도전 과제에 직면한 상황도 비슷하다. 4차 산업혁명은 생산, 소비, 커뮤니케이션 형태를 근본적으로 바꿀 것이다. 인구학적 변화와 에너지시스템 개선 등도 주요 과제로 꼽힌다. 한국과 독일은 모두 중소기업 육성을 통해 일자리 창출을 도모한다. 이런 영역에서 양국은 서로 배우고 성장할 수 있다. 양국이 경쟁관계지만 상호 보완할 수 있는 부분도 많다.

양국이 향후 긍정적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건 수십 년 전부터 양국을 이어온 인간적 끈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간호사와 광부들은 양국 발전을 위해 큰 기여를 했다. 독일은 1990년 분단을 극복했지만 분단국가라는 경험도 공유하고 있다. 올해 독일 통일 27주년을 기념하는 이 시점에 한국 친구들이 평화와 자유에 입각한 통일을 이룰 수 있게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슈테판 아우어 주한 독일대사
#9·24 독일 총선#afd#앙ㅇ겔라 메르켈#문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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