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주 비전’ 중시하는 실리콘밸리, 차등의결권으로 힘 실어주기 확산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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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북 저커버그 ‘주당 10배 의결권’ 등… 차등의결권 도입 12년새 두배로

세계 최고의 검색엔진을 보유한 구글은 창업주들에게 특별한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창업주가 보유한 주식에 주당 10배의 의결권을 부여한 것.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페이스북도 창업자인 마크 저커버그에게 ‘주당 10배 의결권’을 보장하고 있다. 기업이 외부의 공격을 방어하고 창업자의 장기 비전에 따라 안정적인 성장을 이룰 수 있게 하려는 의도다.

13일 한국경제연구원은 최첨단 정보통신기업이 몰려 있는 미국 실리콘밸리의 150개 주요 기업의 지배구조를 분석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가장 주목할 점은 차등의결권 도입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차등의결권이란 특별한 경우 일부 주식에 더 많은 권리(의결권)를 부여하는 제도다. 보통 ‘1주=1의결권’이 원칙이지만 차등의결권이 부여되면 1주에 10개, 100개의 의결권을 부여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 권리를 부여받은 주주는 주주총회에서 막강한 힘을 발휘하게 된다.

실리콘밸리에서 차등의결권을 도입한 기업은 2004년 5% 정도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11.3%로 늘었다. 소셜게임업체 징가, 가상소프트웨어 개발업체 VM웨어 등이 이를 도입했다. 창업주에게 이를 부여해 기업이 창업정신에서 벗어나지 않고 장기적인 발전계획에 따라 성장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다른 거대기업의 인수합병(M&A) 시도나 헤지펀드의 위협에서 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으로도 쓰인다.

한국은 아직 상법(제369조)이 이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창업자라도 충분한 의결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자기 돈을 들여 주식을 사들여야 한다.

이사회에 여성의 비율이 늘고 있는 점도 흥미롭다. 연구원에 따르면 150개 실리콘밸리 기업의 여성 이사 비율은 1996년 2.1%에서 지난해 14.1%로 늘었다. 연구원은 “여성의 참여 증가는 이사회의 다양성 확보로 이어지기 때문에 유럽에서도 활발히 추진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올해 아시아태평양지역 여성 이사회 임원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여성 이사회 임원 비율은 2.4%에 불과하다.

박현성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원은 “한국도 혁신기업들이 여성 인재를 적극 활용해 다양성과 창의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기업의 장기적인 비전설계를 돕고 안정적인 성장이 필요한 혁신기업에 한해 차등의결권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실리콘밸리#차등의결권#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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